"'금수저 전형' 학종 다뤄 큰 반향 예상…'입시 코디' 존재 깨닫고 충격"
美 워너브라더스, 리메이크 추진…"미국·유럽서도 공감 가능"
'SKY캐슬' 유현미 작가 "입시, 죽을 일 아냐…해피엔딩 불가피"(종합)
"'SKY 캐슬'을 기획할 때 부모들의 각성과 성숙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해피엔딩을 택했습니다.

"
올해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운 JTBC 'SKY 캐슬'(이하 '스카이 캐슬') 대본을 집필한 유현미 작가는 5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드라마콘퍼런스에 참석해 해피엔딩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스카이 캐슬'은 누구나 공감할 입시 문제를 블랙 코미디 장르로 풍자하면서 스릴러적 요소도 집어넣어 몰입감을 높였다.

방영 당시엔 숱한 유행어를 낳으며 엄청난 화제몰이를 했다.

그러나 마지막 회에서 모든 갈등이 일거에 해결되고 악행을 저질렀던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회개하는 듯한 결말에 불만을 가진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유 작가는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나야 한다거나 혜나(김보라 분)가 한서진(염정아)의 딸이어야만 한다는 설도 있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지 한참 되는 지금도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나서 혹여 '대학 못 가면 죽어야 돼'라고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단 1명이라도 생긴다면, 그건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론"이라며 "아이가 대학에 떨어진다고 해서 죽을 일은 결코 아니고 가정이 파탄 날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 작가는 "엔딩을 쓰기 전에 엄청나게 고민했으나 설령 시청자분들이 실망하고 비난을 하더라도 부모들이 각성하는 내용으로 엔딩을 끌어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SKY캐슬' 유현미 작가 "입시, 죽을 일 아냐…해피엔딩 불가피"(종합)
유 작가는 이날 '스카이 캐슬' 탄생 비화도 들려줬다.

그는 딸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혈안이 된 한서진과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캐릭터가 현실 사교육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는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고픈 부모의 욕망은 그 어떤 욕망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아주 생생한 욕망"이라며 "입시 컨설턴트 역할이 압도적으로 커진 데다가 금수저 전형으로 불릴 만큼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리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들이 입시에 연거푸 실패해 마음고생을 했다는 유 작가는 아들이 고3이던 2010년 '입시 컨설턴트'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입시 컨설턴트들이 짜주는 계획에 따라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해온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정보력 없는 엄마 때문에 아이가 대학입시에 실패한 것만 같아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성공한 엄마들의 경험담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 다수의 선배 엄마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며 아이들이 죽어나간다'는 책 구절을 언급하며 "자식의 대학 입시를 치른 선배 엄마로서, 드라마 작가로서, 한 아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날 사로잡았다.

한 가정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절실함으로 작품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스카이 캐슬'은 현재 미국 워너브라더스에서 리메이크를 추진 중이다.

유 작가는 "과도한 사교육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스카이 캐슬'을 집필하면서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의 아시아 국가, 나아가 미국, 유럽에서까지 공감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카이 캐슬'을 두고 "주인공이 자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라고 정의하면서 흥행 성공 비결로 한서진과 김주영 캐릭터로 현실을 적절히 반영한 점, 미스터리한 과거와 살인사건 등으로 입시 소재를 스릴러로 푼 것,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블랙코미디로 풍자한 점 등을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