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700만달러·약 690억원)에서 팬들의 야유에 시달린 다닐 메드베데프(5위·러시아)가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메드베데프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스탄 바브링카(24위·스위스)를 3-1(7-6<8-6> 6-3 3-6 6-1)로 물리쳤다.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메드베데프는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의 '빅3' 구도를 허물 수 있는 선두 주자로 지목됐다.

올해 23살인 그는 7월 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시티오픈 준우승을 시작으로 로저스컵 준우승, 웨스턴 앤 서던오픈 우승 등 최근 3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의 성적을 냈다.

특히 최근 조코비치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 이번 US오픈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됐다.

그런 메드베데프가 이번 대회에서 팬들의 야유에 시달리게 된 것은 3회전 경기 도중 보인 코트 매너와 인터뷰 내용 때문이었다.

그는 3회전 경기 도중 볼 보이로부터 수건을 거칠게 잡아채는 동작으로 팬들의 눈 밖에 났고 심지어 경기 도중 팬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팬들의 야유 속에 16강에 오른 메드베데프는 승리 후 코트 인터뷰에서 "오늘 피곤하고 다리 근육 상태도 안 좋았지만 여러분들이 내게 승리할 수 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줬다"며 "여러분들이 이러실수록 나는 계속 이길 것"이라고 약을 올리기까지 했다.

벌금 9천달러(약 1천만원)의 징계를 받은 메드베데프는 이후 16강, 8강전에서도 팬들의 야유 속에 승리를 따냈다.

2010년 조코비치 이후 US오픈 최연소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선수가 된 메드베데프는 이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미안하다(Sorry, guys). 고맙다"고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서 메드베데프를 향한 야유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는 미지수다.

메드베데프는 페더러-그리고르 디미트로프(78위·불가리아) 경기 승자와 4강전을 치른다.

만일 페더러가 올라온다면 그는 US오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를 상대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