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감독은 "혹시라도 들킬까 봐 아까 중계 캐스터를 보고도 몰래 지나쳐서 왔는데 어떻게 알았느냐"며 마냥 신기해했다.
2일 한국과 니카라과의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 A조 조별리그 4차전이 열린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볼파크.
장 감독은 자신의 방문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긴 듯했지만 TV 중계 카메라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4번 타자 장재영(덕수고)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장 감독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대표팀에 두 명뿐인 고교 2학년생인 장재영이 바로 장 감독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아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아버지의 심정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마침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었고, 지난 주말 경기가 창원에서 열려 지리적으로도 가까웠다.
대회 개막 때부터 내려와 있던 아내와 합류해 1루 쪽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장 감독은 한국의 5회 말 공격을 앞두고 찾아온 취재진을 보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사실 나도 아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며 "오랜만에 보는 것이기도 하고,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니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난처해했다.
평소에도 아들과 관련한 질문에는 말을 아껴온 그는 "아들이 계속 투수 훈련만 해와서 잘 모르겠다"며 딴청만 피웠다.
마침 키움 구단의 1차 지명 외야수인 박주홍(장충고)의 안타가 터지자 "우리 구단에서 지명한 선수들이 잘 치네요"라며 금세 화제를 돌렸다.
장재영은 탄탄한 체격에 시속 150㎞가 훌쩍 넘는 공을 던져 내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최대어로 꼽힌다.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원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아직 등판 없이 4번 타자로 4경기에 나서 타율 0.267(15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을 올렸다.
자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장 감독은 혹시라도 아들에게 불필요한 영향을 줄까 봐 대표팀의 이성열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경기장을 찾았다.
대표팀 더그아웃 반대편인 1루 쪽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래서였다.
장 감독은 "사실 아들이 '형들이 아버지 언제 오느냐고 물어본다'고 해서 한번 가야지 하고 생각하긴 했다"며 "그런데 들킬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경기 중간에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장 감독의 말에 '그래도 경기 끝난 뒤 아들에게 인사는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열심히 하는 모습 봤으니 됐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