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후 주요작가인 프레드 샌드백 회고전, 28일 갤러리현대서 개막
실·고무 활용한 조각·드로잉 집중 소개…두가헌서도 작품 전시
종로구 삼청로 초입 한옥 레스토랑 두가헌 여기저기에 지난 23일 안내판이 놓였다.

'앞마당에 설치된 실 작업은 미국 작가 프레드 샌드백의 예술 작품으로, 쉽게 손상될 수 있으니 만지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립니다.

' 깊은 처마와 툇마루, 댓돌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간 실가닥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2003년 나이 예순에 세상을 떠난 샌드백은 미국 전후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그는 화가가 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2차원의 선(線)을 이용해 허공에 3차원 공간을 '조각'했다.

조각이란 돌이나 청동, 나무 따위를 다듬는 작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을 반세기 전, 샌드백의 조각은 여러모로 새로웠을 것이다.

샌드백 작업은 보는 이의 움직임과 공간 구조 등에 따라 시시각각 자태가 달라진다.

1910년대 지어진 옛 한옥과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활동한 작가의 청·적·황·백·흑의 오방색 실조각은 묘하게 어울린다.

두가헌과 이웃한 갤러리현대는 샌드백 작업 29점을 모은 회고전 '오방색'을 28일부터 연다.

프레드 샌드백 재단과 협업한 이번 전시는 작가로 데뷔한 대학원 시절부터 말년의 대형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국내 첫 회고전이다.

작가가 1996년 흰색 실에 검은색과 노란색 아크릴 물감을 교차하며 칠한 뒤 5개 꼭짓점을 찍어 벽에 설치한 '무제(브로큰 라인 폴리곤)'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외부에 공개된다.

관객은 다양한 각도와 형태, 위치의 실 사이를 오가며 작가가 "단순히 하나의 면을 이룰 뿐 아니라 자신의 경계선 밖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고 말한 '실'의 의미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갤러리는 27일 "작품과 공간, 작품과 관객, 관객과 공간, 공간과 시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강조했던 샌드백 예술 철학은 이후 동시대 조각가와 설치미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