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안방극장에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구마)을 소재로 한 오컬트 장르 작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오컬트 영화는 '검은 사제들'(2015)과 '곡성'(2016) 이후 한동안 뜸하다가 올해 들어 지난 2월 '사바하'(장재현 감독)에 이어 7월 '사자'(김주환)가 관객을 만났다.

이달 21일에는 '변신'(김홍선)이 개봉한다.

안방극장에서는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 '프리스트', '빙의'가 차례로 방영돼 시청자 사랑을 받았다.

'손 더 게스트'는 현재 영화로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소시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 전유물로 여겨졌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와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1976) 같은 고전들은 최근까지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거나 다양하게 변주됐다.

엑소시즘이 한국영화와 드라마 속으로 들어온 계기는 '검은 사제들'의 흥행 성공이다.

명동 한복판 뒷골목 다락방에서 아웃사이더 사제들이 구마의식을 벌이는 내용의 '검은 사제들'은 '한국판 엑소시스트'로 불리며 544만명을 불러모았다.

신과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고, 가톨릭 사제가 행하는 구마의식이 마니아들만 열광하는 장르가 아니라 대중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소재와 장르라는 것을 확인 시켜 준 계기였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기존에는 한국에서 라틴어 기도문을 외우며 악령을 내쫓는 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는데, '검은 사제들' 성공 이후 엑소시즘이 한국 영화에서 미지의 영역,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악귀, 빙의, 구마라는 소재는 집중력을 높이고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미덕이 있다.

또 악령과 퇴마사의 대결은 선악 구도가 단순 명쾌하고, 현실과는 거리가 먼 공포라는 점에서 영화적 재미를 준다.

강 평론가는 "엑소시즘은 영화 '추격자' '도어락'처럼 현실에서 벌어질 것 같은 사실감 넘치는 공포가 아니라 가상의 공포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영화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도 많은 요즘, 관객들이 극장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초현실적인 악령이 등장하다 보니 목이 돌아가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등 자극적인 표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은 창작자들의 도전 의욕을 자극한다.

장르적 변주나 확장도 열려있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를 통해 불교와 무속신앙, 기독교, 신흥종교 등 다양한 종교와 신앙을 접목했다.

김주환 감독은 '사자'에서 세계 격투기 챔피언을 내세워 오컬트 히어로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김홍선 감독의 '변신'은 엑소시즘을 가족 미스터리로 풀어낸 경우다.

사람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다.

사람이 악마에 빙의되는 게 아니라 악마가 사람처럼 변신한다는 점이 기존 작품과 차별점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지금 한국에서 나오는 오컬트 장르는 다양한 종교를 기반으로 서구 엑소시즘 영화 전통을 조합해서 만드는 작품이 많다"면서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반 판타지 드라마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악마와의 대결은 액션, 판타지, 드라마,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이 가능하다"면서 "엑소시즘이 이미 대중에게 익숙해진 소재가 된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