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와 만난 좀비… 영화 '데드 돈 다이'
미국의 작은 마을 센터빌. 마을을 순찰하던 경찰 클리프(빌 머리 분), 로니(애덤 드라이버)는 늦은 시간이 됐는데도 해가 지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셰일가스 채굴을 위해 북극에 수압파쇄법을 시행해 지구의 자전축이 바뀐 탓이다.

휴대전화는 먹통이고 라디오에서는 '더 데드 돈 다이(The Dead Don't Die, 죽은 자들이 죽지 않는다)'라는 노래가 나온다.

다음 날, 커다란 달이 유난히 낮게 뜨고 무덤에서 죽은 자들이 깨어난다.

이들은 와이파이, 커피, 시리 등 자신이 살아있을 때 집착한 것들을 찾아 마을을 누비며 사람들을 공격한다.

클리프와 로니 그리고 다른 경찰관 민디(클로에 세비니)와 장의사 젤다(틸다 스윈턴)는 좀비를 무찌르며 마을을 지키려 한다.

블랙코미디와 만난 좀비… 영화 '데드 돈 다이'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짐 자무시 감독의 '데드 돈 다이'는 좀비를 내세운 코미디 영화다.

올해 제72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코미디로서도, 좀비 영화로서도 큰 매력은 없다.

와이파이와 커피를 외치며 마을을 떠도는 좀비 떼는 사실상 카페인과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과 다를 바가 없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인간은 영혼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메시지가 직접 전달된다.

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지층에 고압으로 분사해 내는 수압파쇄법으로 자전축이 바뀌고, 이로 인해 좀비가 깨어났다는 설정도 환경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다.

이 수압파쇄법은 그 규제가 트럼프 정부에서 완화됐다.

정권에 대한 비판까지, 블랙코미디로서의 요건은 갖췄다.

블랙코미디와 만난 좀비… 영화 '데드 돈 다이'
극 중 감독의 존재가 드러나는 장면이나 사무라이 칼을 휘두르며 마지막엔 다소 근본 없는 반전까지 선사하는 젤다 캐릭터 등은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도시에서 온 힙스터들이나 마을 소년원의 아이들이 무언가 큰일을 할 것 같다가 그렇지 않을 때, 초반부 로니의 '끝이 안 좋을 것이다'라는 대사가 결국 맥거핀이 아닌 예언이었음이 드러날 때 관객의 긴장감은 곧바로 허무함으로 바뀌어버린다.

이 같은 허무함이 영화의 결말에서 느껴지는 무기력함과도 일맥상통하지만, 덕분에 재미는 반감한다.

짐 자무쉬 감독은 조지 로메오의 1968년 작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덕분에 향수를 자극하는 '데드 돈 다이'의 좀비들은 매우 느리고 둔하다.

'부산행' 등 여러 좀비영화에서 느낀 긴박함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빌 머리, 애덤 드라이버, 클로에 세비니, 틸다 스윈턴 외에 스티브 부세미, 셀레나 고메즈, 이기 팝 등이 출연했다.

오는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블랙코미디와 만난 좀비… 영화 '데드 돈 다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