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브렉시트의 그림자 '분단을 가로지르는 손'
북아일랜드 데리시에 두 남성 모습을 한 동상들이 마주 서 손을 뻗치고 있다. 건물 지붕 위에 설치된 작품이어서 한번에 눈길을 끈다. ‘분단을 가로지르는 손들’이란 동상의 제목도 흥미롭다.

제목처럼 이 도시는 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17세기 초 이후 게일어를 쓰는 식민지 원주민과 통치국가인 영국과의 갈등이 반복해 일어났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부터 2년 동안은 독립전쟁도 벌어졌다. 이후 북쪽은 영국령 북아일랜드가 됐고, 섬의 남쪽은 현재의 아일랜드공화국으로 독립했다. 동상은 이런 분단의 역사를 표현했다.

도시의 불안감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점증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갈등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오랜 시간 힘들었던 도시의 정치적 불안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동상의 두 사람 손은 닿을 듯 닿지 않는다. 비가 올 듯 말 듯 흐릿한 하늘을 배경으로 애잔한 비애감을 느끼게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