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경량급더블스컬에 출전하는 송지선(21·한국체대)과 김은희(17)가 연습을 마치고 들어오자 북측 남자 선수인 리현몽(18)이 성큼성큼 다가섰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들어온 김은희에게 농담 섞인 말을 건네며 격려하더니 김은희와 함께 배를 번쩍 치켜들고 이동했다.
김은희와 함께 훈련한 송지선은 노를 챙겨서 들었다.
여자 선수 둘에게는 다소 무거운 배를 대신 드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셈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이룬 종목은 여자농구와 조정, 카누 등 3개 종목이다.
이 가운데 조정에서는 여자 경량급더블스컬, 남자 무타포어와 에이트 등 3개 세부 종목에서 남북이 힘을 합쳤다.
함께 노를 저어야 하는 경기 특성상 선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목이다.
13일 팔렘방에 입성한 조정 단일팀은 함께 훈련한지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남북 선수들이 서로 장비를 챙겨주고 스스럼없이 농담도 건네면서 훈훈한 팀워크를 맞춰가고 있다. 남자 에이트 종목에 출전하는 우리측 명수성은 "사실 다른 팀들은 최소한 1년 정도 호흡을 맞추고 나가지만 우리는 이제 3주"라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이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빨리 조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단일팀 남측 감독인 황우석 감독은 "여기가 바람이 초속 3m 정도로 심하게 부는 편이라 체력 소모가 심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필요한 코스"라며 "적응이 쉽지 않지만 선수들이 합심해서 열심히 맞춰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북측 홍용일 감독과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홍 감독님이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데 잘 이해해주신다"며 "오히려 저에게 잘 맞춰주셔서 둘이서 다른 팀 분석이나 우리 팀 전술 등에 대해 의논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일팀이 시상대에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황 감독은 "조정이라는 종목이 장시간 손발을 맞춰야 한다"며 "그래도 기록을 보면 여자 쪽이 메달 가능성이 조금 있는 편"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조정에서 금메달 3개를 딴 것이 전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개를 땄고 외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조정 금메달은 2006년 도하 대회 남자 싱글스컬 신은철이 유일하다.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조정 금메달 100개 가운데 83개를 중국이 독식했고 일본이 8개로 그 뒤를 이을 정도로 중국이 최강국이다.
황 감독은 "여자 선수들도 국제 경험이 많지 않아 메달 도전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 중"이라며 "조정이라는 종목이 단합의 의미를 나타내기 좋은 만큼 국민 여러분께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