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엽 본태한의원 원장 / 사진제공=뷰티텐
최선엽 본태한의원 원장 / 사진제공=뷰티텐
일찌감치 시작된 더위의 기세가 만만찮다. 길거리에 나서면 열기가 훅 하고 다가온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고 쉬 지친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자연스레 찬 음식을 찾기 마련인데, 이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찬 음식을 잘못 섭취하면 배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배탈은 왜 일어나는 걸까?
장내 세균은 유익균(유산균) 20%, 중간균 60%, 유해균(대장균) 20%로 분포돼 있다. 당연히 우리는 유익균을 도와주는 식생활을 해야 한다. 유익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장의 온도가 37.2℃로 유지되고 유산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 같은 섬유질이 공급되어야 한다.

반대로 장의 온도가 낮아지거나 대장균의 먹이가 들어오면 장내에서 이상 발효가 일어나 독소가 발생한다. 인체는 이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 설사를 유발시켜 밖으로 배출시킨다. 이것이 바로 ‘배탈’ 증상이다. 배가 냉해서 온다고 하여 한의학에서는 이를 ‘한설(寒泄)’ 또는 ‘냉설(冷泄)’이라 한다.

배탈을 일으키는 음식
무더운 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시원한 맥주를 많이 찾는다. 그런데 맥주의 재료인 호프(Hof)는 성질이 차서 장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그 결과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냉면이나 아이스크림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런 음식들은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인체는 외부 충격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방어력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섭취하면 된다. 다시 말해 상태를 봐가면서 섭취량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찬 성질을 상쇄할 수 있는 음식을 첨가해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바나나에 시나몬 가루를 뿌려 먹는 것은 향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찬 성질의 바나나에 따뜻한 성질의 계피를 첨가하여 배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익히지 않은 것은 대부분 성질이 차다. 생선구이는 괜찮은데 생선회를 먹으면 배탈이 자주 나는 것처럼 나물도 속이 냉한 사람은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다. 그런 측면에서 과일도 데쳐 먹을 필요가 있다. 물론 비타민은 어느 정도 손실되겠지만 미네랄과 섬유질 등은 그대로 살아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과 같은 개념이라 볼 수 있다. 더위에 지친 사람이 속이 찰 때, 따뜻한 음식을 먹거나 몸을 따뜻하게 해서 체온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면역력도 회복시키는 것이다.

치료 방법
배탈의 기본적 치료방법은 수분 및 전해질 섭취다. 설사가 날 때에는 수분 및 전해질이 손실되므로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따뜻한 물, 보리차, 매실차 등으로 수분을 보충하고, 전해질 보충을 위해 시중에 있는 이온음료수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것도 좋다.

한의학에서는 온중산한지사(溫中散寒止瀉), 즉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냉한 것을 몰아내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치료 방법을 구사한다. 위령탕(胃苓湯)을 기본 처방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처방은 소화기 계통 질환을 치료하는 평위산(平胃散)에 오령산(五笭散)을 합한 것으로, 양기를 도와 소화기를 건강하게 해준다.

간혹 위장형 감기로 감기 바이러스가 위장으로 침범해 메슥거림, 복통, 설사 등의 위장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감기 치료를 동시에 해야 효과가 빠르며 보통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복통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처방)을 기본으로 가감한다.

설사에는 뜸 치료를 하기도 한다. 배꼽 양쪽 약 3㎝ 옆에 있는 천추혈(天樞穴)에 뜸을 뜨는데, 처음에는 한 부위에 3장을 뜨되 화상을 입지 않도록 뜸 뜰 자리에 직접 올려놓지 않고 소금·마늘·약물 등을 먼저 놓은 다음 그 위에 애주(艾炷:원뿔 뜸쑥)를 놓는다.

두무냉통 복무열통(頭無冷痛 腹無熱痛)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차가워서 아픈 법이 없으며, 배는 따뜻해서 아픈 법이 없다는 뜻이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글=최선엽/ 정리=태유나 기자 /사진=뷰티텐 DB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