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타오르는 불 같은 '불꽃타워' 가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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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의 중심 바쿠
카스피해 연안 곳곳 유정들 분주
중심도시 바쿠엔 고층빌딩 즐비
저녁 하나 둘 켜지는 불빛 보석같아
전설 품은 '처녀의 탑' 메이든 타워
구시가지의 모습 한 눈에 펼쳐져
조로아스터교 상징 불 형상화한
푸른빛 '불꽃타워' 랜드마크
1만2000년 이상 된 소·말 등 암각
고부스탄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카스피해 연안 곳곳 유정들 분주
중심도시 바쿠엔 고층빌딩 즐비
저녁 하나 둘 켜지는 불빛 보석같아
전설 품은 '처녀의 탑' 메이든 타워
구시가지의 모습 한 눈에 펼쳐져
조로아스터교 상징 불 형상화한
푸른빛 '불꽃타워' 랜드마크
1만2000년 이상 된 소·말 등 암각
고부스탄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유럽의 동쪽, 아시아의 서북쪽에 캅카스산맥이 있다. 이곳은 유럽 최고봉인 엘브르즈산을 품고 있는데 서쪽은 흑해와, 동쪽은 카스피해와 접하고 있는 곳으로 일명 코카서스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이 지역에 조지아,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이라는 작은 나라들이 있는데 이들은 한때 옛 소련 연방이었지만 지금은 각기 분리 독립해 ‘캅카스 3국’으로 불린다. 각각의 종교적, 문화적 특성으로 독특한 멋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옛 소련 연방에서 석유 나오며 주목받아
모스크바를 떠난 비행기가 카스피해 연안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이 캅카스 3국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옛 소련 연방이었기에 모스크바를 거쳐 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다. 아제르바이잔 중심 바쿠에 첫발을 내디뎠다. 바다와 다름없어 보이는 거대한 내륙호인 카스피해 지역에서 엄청난 석유가 나오기 시작하자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이곳 아제르바이잔이 금값이 됐다. 아제르가 ‘불’이고, 바이잔이 ‘나라’라는 뜻이어서 ‘불의 나라’로 불린다더니 이름처럼 옛날부터 이 지역에서는 가스가 많이 분출돼 불에 타고 있는 곳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제 엄청나게 밀려든 석유 자본으로 모양도 독특한 최신식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사막 위의 보석처럼 빛나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이슬람교의 시아파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사회주의 영향 때문인지 모스크는 별로 보이지 않고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볼거리가 몰려 있는 성곽도시 옛도심 지역에 들어서야 낡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과 건축양식 등에서 조로아스터와 이슬람 문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여행자들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옛시가의 상징은 15세기 지어진 시르반샤 궁전과 12세기에 벽돌로 쌓아 8층으로 이뤄진 원통형에 가까운 메이든 타워다. 시르반샤 궁전은 전망이 좋은 언덕에 세워져 왕궁, 회의장, 목욕탕, 기도실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사실 볼 만한 것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처녀의 탑’이라는 뜻을 가진 메이든 타워에는 꼭 올라가 보고 싶었다. 이 탑은 원래 7세기 전까지 조로아스터 양식의 건물이 있던 곳에 지금의 건물을 올린 것이다. 불을 신성시하는 조로아스터교의 성스러운 예배당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전해 내려오는 많은 얘기 중 하나는 이렇다. 전설을 품은 메이든 타워
‘옛날 옛적에 바쿠에 적들이 쳐들어왔다. 성을 둘러싸고 항복을 요구했지만 바쿠 사람들은 항복을 거부하고 싸우기로 했다. 적의 대장이 성으로 들어가는 물길을 찾아 끊어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성 안 불의 사제들은 불의 신 아후라 마즈다에게 자신들을 살려 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했다. 그러자 다음날 메이든 타워 위로 신성한 불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불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났다. 이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고 머리카락은 불처럼 붉은색으로 타올랐다. 사람들에게 헬멧과 검을 달라고 한 여인은 곧장 성 밖으로 나가 적의 대장과 1 대 1로 맞짱을 뜬다. 치열한 대결 끝에 적의 대장은 말에서 떨어지고 여인이 그의 목에 칼을 겨눴다. “죽기 전에 나와 싸운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적장이 외치자 여인은 헬멧을 벗었다. 아름다운 붉은빛 머릿결과 함께 정체를 드러낸 미녀에게 첫눈에 반한 적장은 “바쿠의 모든 여자가 당신처럼 용감하다면 나는 영원히 바쿠를 정복할 수 없겠구려!”라며 여인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빈 뒤 마치 막장드라마처럼 그 자리에서 청혼한다. 이 뜬금없는 상황에서도 여인은 그를 살려주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이 후에 이 타워의 이름을 처녀라는 뜻의 메이든 타워라 불렀다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이 처녀라는 뜻이 ‘한 번도 정복된 적이 없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는 등 여러 얘기가 전해지고 있어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더 올라가 보고 싶게 만든다. 돌고 도는 계단을 따라 올라서니 역시 전망이 좋다. 옛시가는 물론이고 좀 떨어져 있는 카스피해의 수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오고 가는 배들을 위해 등대 역할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옛날에는 이보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었기에 아마 성벽의 일부였던 이 처녀의 탑이 독보적으로 우뚝 서 있었을 테니까.
메이든 타워 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살피다 보면 또 다른 형체가 유혹한다. 마치 타오르는 불꽃 같다 해서 ‘불꽃 타워’라 부르는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인 불을 형상화한 이 건물은 푸른빛을 띤 세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곳의 또 다른 랜드마크다. ‘별 이상스러운 건물도 다 있구나’ 할 정도로 예술성이 돋보인다. 물론 이곳 바쿠에는 이 밖에도 알리예프 센터를 비롯해 독특한 건축미를 지니고 있는 건물이 많다. 서민들의 생활수준과는 별 상관없이 넘쳐나는 석유자본이 이뤄낸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방인에게는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선사시대 유적 고부스탄 암각화
볼거리가 옛시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쿠를 찾으면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시내에서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서남쪽으로 64㎞ 떨어져 있는 곳에 아주 중요한 암각화군이 있는데, 고부스탄 암각화가 바로 그것이다. 카스피해에서 5㎞ 정도 내륙 쪽으로 들어간 곳에 바윗덩이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고부는 ‘바위’를 뜻하고 스탄은 ‘땅’을 뜻하니 ‘바위들이 몰려있는 협곡’을 의미하는 이 고부스탄의 암각화들은 1930년대 채석장에서 일하던 인부가 발견했다. 학자들의 정리에 의하면, 이곳은 4만 년 전부터 시작해 선사시대와 청동기 시대에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남긴 것들로 1966년 아제르바이잔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가 2007년에 그 가치가 인정돼 ‘고부스탄암각예술’이란 주제로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바위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 배를 타고 가는 모습, 사냥하는 모습과 동물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들이 오랜 세월을 버텨오면서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알타이나 중앙아시아 지역의 암각화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 암각화와는 사뭇 달라서 단순한 선만으로 그려진 소나 말들의 그림은 1만2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일대에는 6000여 개 암각화가 산재하고 있다 해서 자유롭게 찾아다니며 촬영하고 싶었으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촬영에 좀 더 좋은 위치, 나무나 풀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보기 위해 몇 발짝 들어선 순간 관리인이 큰소리를 치고 난리가 난다. ‘좀 봐주지 뭐 그런가!’ 하고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알고 보니 곳곳에 독사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곳곳에 뱀을 그려놓은 조그마한 주의 안내판들이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카스피해 주변을 살폈다. 여기저기 유정들이 들어서 있어 쉬지 않고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다가서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카스피해를 배경으로 촬영하니 한 무리의 군인들이 달려들어 또 야단법석이다. 상부에 보고하고 찍었던 사진들을 지우고 겨우 빠져나왔다. 어디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던가. 날이 저물어 가면서 하나둘 켜져 가는 불빛들이 보석처럼 빛나 보인다.
여행메모
국내에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고, 모스크바를 거쳐 가는 아에로포르트항공이 편리하고 싸다. 물론 중국이나 카자흐스탄을 거쳐 가는 방법도 있다. 관광비자는 국내에서 받아 갈 수도 있지만, 요즈음은 바쿠 공항에 내리면 사진 1장과 20달러를 내고 현장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공항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제르바이잔은 마낫이라는 화폐를 사용하며 1마낫은 약 700원이다. 시내 교통은 지하철도 있고 시내버스도 편리하지만, 모두 교통카드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바쿠=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옛 소련 연방에서 석유 나오며 주목받아
모스크바를 떠난 비행기가 카스피해 연안 상공에서 착륙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이 캅카스 3국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옛 소련 연방이었기에 모스크바를 거쳐 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다. 아제르바이잔 중심 바쿠에 첫발을 내디뎠다. 바다와 다름없어 보이는 거대한 내륙호인 카스피해 지역에서 엄청난 석유가 나오기 시작하자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이곳 아제르바이잔이 금값이 됐다. 아제르가 ‘불’이고, 바이잔이 ‘나라’라는 뜻이어서 ‘불의 나라’로 불린다더니 이름처럼 옛날부터 이 지역에서는 가스가 많이 분출돼 불에 타고 있는 곳이 많았던 모양이다. 이제 엄청나게 밀려든 석유 자본으로 모양도 독특한 최신식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사막 위의 보석처럼 빛나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이슬람교의 시아파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사회주의 영향 때문인지 모스크는 별로 보이지 않고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볼거리가 몰려 있는 성곽도시 옛도심 지역에 들어서야 낡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과 건축양식 등에서 조로아스터와 이슬람 문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여행자들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옛시가의 상징은 15세기 지어진 시르반샤 궁전과 12세기에 벽돌로 쌓아 8층으로 이뤄진 원통형에 가까운 메이든 타워다. 시르반샤 궁전은 전망이 좋은 언덕에 세워져 왕궁, 회의장, 목욕탕, 기도실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사실 볼 만한 것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처녀의 탑’이라는 뜻을 가진 메이든 타워에는 꼭 올라가 보고 싶었다. 이 탑은 원래 7세기 전까지 조로아스터 양식의 건물이 있던 곳에 지금의 건물을 올린 것이다. 불을 신성시하는 조로아스터교의 성스러운 예배당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전해 내려오는 많은 얘기 중 하나는 이렇다. 전설을 품은 메이든 타워
‘옛날 옛적에 바쿠에 적들이 쳐들어왔다. 성을 둘러싸고 항복을 요구했지만 바쿠 사람들은 항복을 거부하고 싸우기로 했다. 적의 대장이 성으로 들어가는 물길을 찾아 끊어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성 안 불의 사제들은 불의 신 아후라 마즈다에게 자신들을 살려 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했다. 그러자 다음날 메이든 타워 위로 신성한 불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불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났다. 이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고 머리카락은 불처럼 붉은색으로 타올랐다. 사람들에게 헬멧과 검을 달라고 한 여인은 곧장 성 밖으로 나가 적의 대장과 1 대 1로 맞짱을 뜬다. 치열한 대결 끝에 적의 대장은 말에서 떨어지고 여인이 그의 목에 칼을 겨눴다. “죽기 전에 나와 싸운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적장이 외치자 여인은 헬멧을 벗었다. 아름다운 붉은빛 머릿결과 함께 정체를 드러낸 미녀에게 첫눈에 반한 적장은 “바쿠의 모든 여자가 당신처럼 용감하다면 나는 영원히 바쿠를 정복할 수 없겠구려!”라며 여인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빈 뒤 마치 막장드라마처럼 그 자리에서 청혼한다. 이 뜬금없는 상황에서도 여인은 그를 살려주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이 후에 이 타워의 이름을 처녀라는 뜻의 메이든 타워라 불렀다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이 처녀라는 뜻이 ‘한 번도 정복된 적이 없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는 등 여러 얘기가 전해지고 있어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더 올라가 보고 싶게 만든다. 돌고 도는 계단을 따라 올라서니 역시 전망이 좋다. 옛시가는 물론이고 좀 떨어져 있는 카스피해의 수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오고 가는 배들을 위해 등대 역할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옛날에는 이보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었기에 아마 성벽의 일부였던 이 처녀의 탑이 독보적으로 우뚝 서 있었을 테니까.
메이든 타워 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살피다 보면 또 다른 형체가 유혹한다. 마치 타오르는 불꽃 같다 해서 ‘불꽃 타워’라 부르는 건물이 바로 그것이다.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인 불을 형상화한 이 건물은 푸른빛을 띤 세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곳의 또 다른 랜드마크다. ‘별 이상스러운 건물도 다 있구나’ 할 정도로 예술성이 돋보인다. 물론 이곳 바쿠에는 이 밖에도 알리예프 센터를 비롯해 독특한 건축미를 지니고 있는 건물이 많다. 서민들의 생활수준과는 별 상관없이 넘쳐나는 석유자본이 이뤄낸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방인에게는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선사시대 유적 고부스탄 암각화
볼거리가 옛시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쿠를 찾으면 꼭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시내에서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서남쪽으로 64㎞ 떨어져 있는 곳에 아주 중요한 암각화군이 있는데, 고부스탄 암각화가 바로 그것이다. 카스피해에서 5㎞ 정도 내륙 쪽으로 들어간 곳에 바윗덩이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고부는 ‘바위’를 뜻하고 스탄은 ‘땅’을 뜻하니 ‘바위들이 몰려있는 협곡’을 의미하는 이 고부스탄의 암각화들은 1930년대 채석장에서 일하던 인부가 발견했다. 학자들의 정리에 의하면, 이곳은 4만 년 전부터 시작해 선사시대와 청동기 시대에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남긴 것들로 1966년 아제르바이잔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가 2007년에 그 가치가 인정돼 ‘고부스탄암각예술’이란 주제로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바위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 배를 타고 가는 모습, 사냥하는 모습과 동물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들이 오랜 세월을 버텨오면서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알타이나 중앙아시아 지역의 암각화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 암각화와는 사뭇 달라서 단순한 선만으로 그려진 소나 말들의 그림은 1만2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일대에는 6000여 개 암각화가 산재하고 있다 해서 자유롭게 찾아다니며 촬영하고 싶었으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촬영에 좀 더 좋은 위치, 나무나 풀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보기 위해 몇 발짝 들어선 순간 관리인이 큰소리를 치고 난리가 난다. ‘좀 봐주지 뭐 그런가!’ 하고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알고 보니 곳곳에 독사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곳곳에 뱀을 그려놓은 조그마한 주의 안내판들이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카스피해 주변을 살폈다. 여기저기 유정들이 들어서 있어 쉬지 않고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다가서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카스피해를 배경으로 촬영하니 한 무리의 군인들이 달려들어 또 야단법석이다. 상부에 보고하고 찍었던 사진들을 지우고 겨우 빠져나왔다. 어디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던가. 날이 저물어 가면서 하나둘 켜져 가는 불빛들이 보석처럼 빛나 보인다.
여행메모
국내에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고, 모스크바를 거쳐 가는 아에로포르트항공이 편리하고 싸다. 물론 중국이나 카자흐스탄을 거쳐 가는 방법도 있다. 관광비자는 국내에서 받아 갈 수도 있지만, 요즈음은 바쿠 공항에 내리면 사진 1장과 20달러를 내고 현장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공항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제르바이잔은 마낫이라는 화폐를 사용하며 1마낫은 약 700원이다. 시내 교통은 지하철도 있고 시내버스도 편리하지만, 모두 교통카드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바쿠=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