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수호랑·반다비 디자인…"이름만 2천개 만들어"

백호를 원형으로 한 수호랑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뜨거운 인기를 누린다.
이 때문에 짝꿍이자 반달가슴곰을 모델로 삼은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가 잠깐 토라졌다는 풍문도 있었지만, 반다비 인기도 수호랑 못지않다.
수호랑과 반다비 '부모'는 이 열풍을 어떻게 바라볼까.
"수호랑, 반다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정말 애정을 기울여 만들었어요.
"
수호랑과 반다비를 소중히 받쳐 든 박소영(43) 매스씨앤지 콘텐츠디자인본부장의 이야기에 이인석(42) 캐릭터본부 팀장과 장주영(35)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디자인 전문업체인 매스씨앤지에서만 짧게는 3년, 길게는 15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베테랑들이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제작에 투입된 10명의 디자이너 중 가장 큰 짐을 떠맡았던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를 찾았다.

'호돌이 아빠' 김현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디자인파크 등이 참여한 치열한 경쟁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공식 보고만 30여 차례 이어지는 2년여간의 대장정이 곧바로 시작됐다.
어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울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대한민국 상징성 조사 등 실시한 설문조사마다 호랑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곧바로 호랑이로 확정 짓기는 무리였다.
"서울 올림픽 때 호랑이가 마스코트로 나왔기 때문에 다른 소재로 가는 것도 방향성 중의 하나였어요.
그 때문에 사슴으로 갔다가, 다람쥐로 갔다가, 진돗개로 갔다가, 삽살개로 갔다가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마스코트를 제작했어요.
"(박 본부장)
결국 구관이 명관이었다.
수많은 동물의 시안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사이 상징성, 타당성 등 여러 면에서 두루 점수를 얻은 호랑이가 합격점을 얻었다.

우리 전통이 돋보이는 민화 호랑이가 오랫동안 유력 후보였지만, 상품화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돼 결국 탈락했다고.
개성 강한 외관이 전 국민과 전 연령층에 친근한 인상을 주기는 무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디자인팀은 에버랜드의 협조를 받아 고증한 백호 마스코트에 친근감을 심는 데 주력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수호랑 거대한 머리 크기도 치밀한 계산을 통해 나온 것이다.
3D 애니메이션이나 SNS 이모티콘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했다.
실무 디자인을 맡았던 이 팀장은 "수호랑을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랑이의 인상이나 형태보다는 좀 더 사람에 가까운 표정"이라면서 "머리가 크면 클수록 더 사람들이 예뻐한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이들은 "그래픽 과정보다 네이밍 작업이 더 힘들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름을 2천 개 정도 만든 것 같아요.
하나라도 빠짐없이, 모든 상품에 상표를 출원할 수 있어야 하니깐요.
변리사를 통해서 검증을 받고, 또 해외에서 혹시 나쁜 어감으로 쓰이는 말은 아닌지 부정 연상 검증도 받았고요.
"(박 본부장)
수호랑·반다비는 후반 작업이 완료된 지난해 중순 이들 곁을 완전히 떠났다.
2016년 가을 처음 대중에 공개됐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다는 디자이너들은 요즘에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만든 캐릭터가 외면받으면 좌절감도 느끼고 (디자이너) 자신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식을 수 있는데, 이렇게 수호랑·반다비를 활성화 시켜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팀장)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이 잘 끝났으면 좋겠고,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이 자긍심으로 남을 수 있게 수호랑·반다비가 계속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장 과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