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크라머는 경기가 시작되고 2000m 구간부터 이승훈의 랩타임을 넘어선 뒤 결국 가장 빠른 기록(12분54초50)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크라머는 레이스 도중 코치의 의사소통 실수로 안쪽코스(인코스)를 두 번 도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결과는 실격. 크라머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글을 집어던졌다. 기록상 2위였던 이승훈이 자동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은 다른 동계스포츠에 비해 규칙이 엄격한 편이다. 등수보다는 랩타임이 중요한 '기록경기'(매스스타트 제외)인데다 누구와 함께 타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기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경기별로 인코스 또는 아웃코스를 타야하는 등 매번 같은 조건에서 레이스를 펼칠 수 없기 때문에 엄격한 규칙으로 이를 보완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본적으로 2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400m의(1바퀴) 아이스링크 트랙 위에서 속도를 겨루는 방식이다. 400m의 코스는 인코스와 아웃코스로 구분하며, 2명의 선수가 1바퀴를 돌 때마다 정해진 교차 구역에서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선수는 인코스로, 인코스에서 출발한 선수는 아웃코스로 서로 활주로를 바꾸게 된다.
교차점에서 두 선수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아웃코스의 선수에게 우선권이 있고, 두 선수 사이 충돌이 발생했을 때는 인코스 주자가 실격 처리되는 것이 규정이다. 아웃코스를 타고 있는 선수가 더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감안해주는 것이다.
보통 곡선 주로인 코너를 돌 때는 인코스에서 달리는 선수가 훨씬 유리하다. 안쪽 레인을 타다가 원심력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나가는 것이 그 반대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용이해서다. 아웃코스는 바깥쪽 레인이기 때문에 곡선 구간을 한 번씩 통과할 때마다 인코스보다 더 먼거리를 달려야 한다. 그래서 아웃코스를 도는 선수는 인코스와의 거리 차(1000m기준 12.57m)만큼 앞에서 출발한다.
남자부 경기의 경우 500m, 1000m, 1500m, 5000m, 1만m, 팀 추월 및 매스스타트가 있다. 팀 추월은 3명씩 이뤄진 2팀이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 6바퀴를 돌아 3번째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매스스타트는 경기트랙의 활용구역이 기존의 개인종목에서 활용되는 분리된 레인이(Inner lane, Outer lane) 없어지고 웜업레인까지 포함해 경기 트랙으로 활용해 12~18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겨루는 경기다.
여자부는 1만m 종목이 없는 대신 3000m가 포함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여자 총 14개의 종목이 진행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