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배 넓이의 대자연…북미 最高 요세미티 폭포는 '한 폭의 수채화'
'죽이는 자들' 뜻하는 요세미티
19세기 금광 찾아 백인들 몰려와 원주민 쫓겨나고 이름만 남아
6~10월이 여행의 최적 시기
공원 면적 1% 요세미티 밸리에 대표적 볼거리·편의시설 몰려
국립공원의 정신이 최초로 시작된 곳
몬터레이를 떠나 꼬박 4시간을 달렸다. 빛이라고는 차의 전조등뿐인 구불구불한 길을 쉴 새 없이 오른다. 그때 두 개의 노란빛이 차 앞으로 갑작스레 뛰어든다. 깜짝 놀라 급정거하니 사슴 한 마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채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변을 둘러본다. 까마득한 어둠을 뚫고 솟아오른 나무들의 실루엣이 보이고, 영하의 공기와 상쾌한 숲내음이 코로 스며든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심장,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예약해둔 요세미티 밸리 롯지(Yosemite Valley Lodge)로 향한다.
레인저가 환영 인사와 함께 요세미티에서 지켜야 할 규율을 설명한다. “차에 절대 음식물을 두지 마세요.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곰을 현혹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안 돼요. 지금쯤 대부분 겨울잠에 들었겠지만 자연 속에서는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의 강한 어조에 나 또한 고개를 힘껏 끄덕인다. 다음날 아침 창문의 커튼을 여는 순간 나는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근엄하게 솟아오른 화강암 바위 사이로 폭포의 웅장한 낙하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비로소 요세미티의 품 안에 들어왔음을 실감한다.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이 시작된 곳은 미국이다. 1872년 지정된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이 바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그보다 8년 전인 1864년, 당시 대통령이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요세미티를 주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공식적으로 국립공원의 지위를 단 것은 옐로스톤이 최초지만, 자연 보호라는 국립공원의 정신이 가장 먼저 실행된 곳은 요세미티다.
요세미티를 언급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인 존 뮤어와 사진가 안셀 애덤스다.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온 뮤어는 평생을 미국의 자연을 보호하는 데 바쳤다. 특히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데, 그의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1890년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세쿼이아 국립공원이 탄생했다. 애덤스는 흑백 사진을 통해 시에라 네바다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파했다. 그가 담아낸 요세미티의 마법 같은 풍경에 반해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동경하고 사랑했다. 개척이란 이름 아래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절, 자연의 숭고한 가치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인디언 말로 ‘죽이는 자들의 계곡’
자동차 여행에서 암벽 등반까지
요세미티를 여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자동차나 셔틀버스를 이용해 주요 포인트를 둘러보는 것이다. 가이드 투어나 무료로 제공하는 레인저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좋다. 요세미티는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과 다름없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세미티 폭포 하단 트레일부터, 글래시어 포인트로 올라가는 4마일 코스까지 즐길 수 있는 트레일 등 트레일만 약 1300㎞에 달한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요세미티의 상징인 하프 돔 등반이다. 왕복 10~12시간이 걸리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매년 수많은 사람이 등정에 성공한다.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도 요세미티 밸리에서 시작한다. 킹스 캐니언과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지나 휘트니 봉까지 이어지는 358㎞의 세계적인 트레일로 시에라 네바다 자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요세미티는 암벽 등반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 단일 화강암인 엘 캐피탄(El Capitan)에 오르는 것은 등반가에게 평생의 꿈이다. 중력을 거슬러 대자연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이 깎아지른 수직 절벽 위에 가득 매달려 있다.
한 편의 걸작, 빙하 풍경을 만나다
석양이 지기 시작한다. 태양이 자리를 바꿀 때마다 예리하게 잘려나간 하프 돔의 표면이 심장처럼 붉게 빛난다. 절대 잊을 수 없을 인생의 풍경을 만났다.
거대한 나무와 다양한 생물군
이 중에서도 가장 크다는 나무를 찾아 나선다. 셔먼 장군 나무(General Sherman)다. 표지판과 트레일이 눈에 파묻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걱정도 잠시, 두 눈에 담기 버거운 크기의 나무가 위용을 드러낸다. 셔먼 장군 나무는 높이가 아니라 부피로 세계 제일이다. 그래도 최소 2200살이나 먹었고, 높이는 자유의 여신상과 맞먹는다. 밑동 지름은 11m에 육박한다. 팔을 가득 벌려 나무를 안아 보지만 어림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물체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한없이 작을 뿐이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볼 것이 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1500종이 넘는 식물과 꽃, 297종의 새와 동물들, 초원과 호수가 거대 삼림 속에 숨어
▷여행정보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약 4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약 6시간 거리에 있다. 요세미티와 세쿼이아·킹스 캐니언 국립공원 모두 연중무휴이며 입장료는 자동차 한 대에 30달러로 1주일간 유효하다. 미국 내 다른 국립공원도 함께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국 국립공원 연간 패스(80달러)를 사는 것이 효율적이다. 겨울철 방문 시 스노체인을 요구할 수 있으며 계절과 날씨에 따라 도로 개방 여부가 결정된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동과 서를 잇는 도로인 타이오가 패스는 보통 11월부터 길게는 6월까지 폐쇄된다. 국립공원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지속해서 체크하는 것이 좋다.
요세미티=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