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비에트의 대표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27세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1번(1933)은 기교적으로 어려운 곡인 데다 트럼펫을 피아노의 경쟁 악기처럼 붙이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24년 후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2번(1957)은 의외로 보수적이다. 화려하고 어렵게 들리는 순간들이 있지만 현대적 훈련을 쌓은 피아니스트에게 대단한 난관은 아니다. 마치 생상스의 감각적인 피아노 협주곡들이 되살아난 듯하다.
이 곡은 사실 둘째 아들 막심의 모스크바음악원 졸업연주회용으로 쓴 자식 사랑의 산물이다. 웬만큼 잘 치면 큰 환호를 받을 수 있도록 매혹적 선율과 적당한 기교를 배치했다는 느낌이다. 막심은 아버지의 바람처럼 훌륭한 지휘자가 돼 부친의 음악을 세상에, 특히 서구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