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라는 말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시입니다. ‘살, 밤, 물’이라는 짧은 말에 ‘결’을 붙이면 새삼 정감이 가는 말로 바뀝니다. 팔에 닿았던 어린아이의 부드러운 살결, 여행지에서 밤결에 바라본 하늘, 발밑으로 밀려오던 바다의 잔잔한 물결을 생각해보게 되는 아침입니다. 잠결에, 꿈결에 생각해보면 낮에 있던 일이 마치 아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스치듯이 만났던 사람이나 잠시 머물렀던 장소에 대한 감각은 종종 오랫동안 머물기도 합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