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순대 '모르시야'에 장밋빛 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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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영의 걸어서 와인 속으로 -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새끼 양고기구이 '코르데로 아사도'
부드럽고 담백…촉촉한 육질 압권
새끼 양고기구이 '코르데로 아사도'
부드럽고 담백…촉촉한 육질 압권

스페인 고급 와인 생산지인 리베라 델 두에로(Rivera del Duero)는 메마른 고원지대에 있다. 이베리아 반도를 가로지르는 두에로 강만이 그 척박한 땅에 젖줄이 돼준다. 이곳에서 탄생한 와인은 그만큼 강렬할 수밖에 없다. 어느 와인 생산자는 “온실의 화초보다 야생의 들꽃이 잘 자라는 것과 같다. 고통을 딛고 핀 야생화는 쉽게 시들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스페인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로 만든 와인을 곁들이면 더 좋다. 짙은 레드 와인보다 장밋빛 로제 와인이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부드러운 터치와 신선한 산미가 고소한 모르시야를 잘 받쳐줄 테니까.
또 다른 추천 음식은 ‘코르데로 아사도(cordero asado)’라는 새끼 양고기구이다. 맛보는 순간 탁월한 부드러움과 담백함에 반할 것이다. 페이스트리처럼 바삭거리는 겉면과 촉촉하게 결이 살아 있는 육질이 압권이다. 노릿하고 쫄깃한 양고기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다. 양고기에는 근사한 레드 와인을 곁들여야 제 맛이다. 리베라 델 두에로 와인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세뇨리오 데 칼레루에가(Senorio de Caleruega)’라는 와인을 골라보자. 연간 5000병만 생산하는 와인인데 언필터드(unfiltered) 방식으로 제조한다.

글을 쓰다가 문득 그 와인이 생각나서 꺼내봤다. 와인 생산자는 기다렸다가 봄에 열면 폭발적인 힘을 보여줄 거라고 했다. 춥고 건조한 시기를 견뎌낸 와인이라고도 했다. 바야흐로 봄. 와인을 따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고통을 딛고 핀 야생화는 쉽게 시들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