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 이야기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면 서로 돕지 않고 사는 것이 없다. 절지동물인 흰개미와 원생동물인 트리코님파의 관계도 그렇다. 흰개미는 나무 섬유소를 먹고 사는데, 혼자서는 먹은 것을 분해하지 못한다. 흰개미의 창자 속에 사는 트리코님파가 셀룰로스 분해 효소인 셀룰라아제를 분비해 나무 섬유소를 셀로비오스라는 간단한 물질로 소화시킨다. 그다음 또 다른 효소인 셀로비아제를 분비해 더 간단한 포도당으로 분해한다. 흰개미는 이 포도당을 얻어먹으며 영양소를 섭취한다. 흰개미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것은 트리코님파도 마찬가지다. 흰개미의 창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잘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두 생물은 ‘짝’을 이루고 살아가는 셈이다.

생물학의 세계를 일반인에게 친숙한 언어로 전달해온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가 《산들에도 뭇 생명이…》를 펴냈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 벙어리가 된 귀뚜라미, 숲속의 청소부 역할을 담당하는 버섯, 산골짜기에 사는 연체동물 등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한 생명체의 이야기를 쉬운 언어로 들려준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더부살이 관계에 집중한다. 선형동물인 소나무재선충과 솔수염하늘소 역시 흰개미와 트리코님파 같은 공생관계다. 소나무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를 타고 이 나무 저 나무로 이동하고,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재선충이 죽인 소나무에 산란을 한다.

저자는 뭇 생명의 공생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인간 역시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지성사, 208쪽, 1만5000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