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위 작가 20명 호당가격 분석…박수근 2억8845만원 1위
정상화·박서보·윤형근 등 단색화가 인기 여전…낙찰률은 하락

◆김환기 가격지수는 박수근의 10분의 1

시가감정협회가 개발한 평균 호당가격은 동일한 재료로 비슷한 주제를 그린 10호 크기 작품을 기준으로 호가(미술품 거래 최소 단위)를 산정한 것이다. 김영석 이사장은 “급변하는 미술시장에서 작품 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호수 기준’ 가격을 개발했다”며 “박수근의 호당가격(2억8845만원)을 100으로 했을 때 다른 작가 작품값을 수치로 표시한 게 ‘KYS 미술품가격지수’”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박수근의 가격지수가 100이라면 장욱진은 15.9, 이중섭은 13.0, 김환기는 10.1이란 의미다.

지난해 20위권에 새로 진입한 서세옥, 김태호, 이강소를 제외한 17명의 호당가격 평균 상승률은 3.2%로,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률(4.2%)보다 낮지만 코스피지수 상승률(3.0%)보다 높았다. 박수근 작품가격(호당가격 기준)은 64.1% 오르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품 수(유화 250~300점)가 적어 국내 소장가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색화 작품값도 10~4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윤형근의 그림값은 1년 새 42%나 뛰어올랐고 박서보(23.8%) 하종현(29.4%) 정상화(18.2%)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낙찰률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떨어졌다.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과 천경자의 작품값은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이우환 작품 호당가격은 1181만원으로 전년보다 12.3% 오른 반면 천경자는 27.4%나 급락했다. 특히 이우환 그림값은 미술시장 호황기였던 2006~2008년의 호당 평균가(1129만원)를 넘어서며 매수세가 이어졌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일부 큰손 컬렉터들이 불안정한 틈을 타 출처가 확실한 작품만 골라 좋은 조건으로 이우환 작품을 수집하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중섭 작품값은 단색화 트렌드에 밀려 65% 정도 하락했다. 김종학 이대원 오치균 이상범 등의 작품도 매수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그림 투자는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위험 부담이 커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이지만 인기 화가 작품은 투자 위험이 적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