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샤오롱바오 식당인 난상만터우의 만두.
원조 샤오롱바오 식당인 난상만터우의 만두.
피 안에 뜨거운 육즙을 품고 있는 샤오롱바오(小籠包)는 만두계의 일대 혁명이었다. 1871년 상하이 외곽의 작은 식당에서 개발한 샤오롱바오는 1900년대 초 상하이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원래 중국의 만두는 북방 계통 음식이라 찐빵처럼 큼직하고 만두피도 두껍다. 하지만 샤오롱바오는 완전히 달랐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 얇고 부드러운 피, 돼지고기 뒷다리로 만든 신선한 만두소, 그리고 출렁이는 육즙. 어떻게 뜨거운 국물을 만두 안에 넣는 걸까? 비법은 젤리처럼 얼린 닭고기 육수인 피동(皮凍)을 소와 함께 빚는 것이다. 만두를 찌면 피동이 녹으면서 뜨거운 육즙이 된다. 그 특별한 맛과 아이디어 덕분에 샤오롱바오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의 샤오롱바오.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의 샤오롱바오.
상하이에는 우리나라 김밥가게만큼이나 무수한 샤오롱바오 가게가 있다. 새털처럼 많은 샤오롱바오집 중 대체 어떤 곳이 진짜 맛집일까. 이를 고민하던 한 미국인은 자신만의 특별한 공식을 만들었다. 그가 생각한 샤오롱바오의 맛 지수 공식은 ‘(육즙의 무게+소의 무게)/피의 두께×100’이다.

수학 시간을 방불케 하는 이 공식을 만든 사람은 전직 요리사이자 현직 미식 평론가인 크리스토퍼 생 카비쉬 씨다. 상하이에 10년째 거주 중인 그는 16개월 동안 52개의 샤오롱바오 전문점을 순회하며 자신의 공식에 따라 샤오롱바오에 맛 점수를 매겼다. 평가를 위해 매번 육즙과 소, 피를 따로 분리해 무게를 쟀단다.

자자탕바오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자자탕바오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이렇게 탄생한 ‘상하이 샤오롱바오 색인’은 상하이 미식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평범한 체인 식당인 ‘자자탕바오(佳家湯包)’는 12.49점으로 A등급을 받았다. 타이완의 딘타이펑(13.86점), 싱가포르의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15.63점)도 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1871년 문을 연 원조 샤오롱바오 식당인 ‘난상만터우(南翔饅頭)’는 9.61점, B등급에 그쳤다. 원조의 굴욕인 셈이다.

하지만 원조 식당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직접 가서 맛을 봤다. 우려와 달리 난상만터우의 샤오롱바오는 명불허전이었다. 진수를 맛보려면 3층에서만 파는 돼지고기 만두 ‘셴러우샤오롱바오(鮮肉小龍)’를 시켜야 한다. 육즙에 살짝 감도는 신맛이 돼지고기 소의 느끼함을 중화시켜서 감탄사를 절로 나게 했다. 반면 높은 점수를 받은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의 샤오롱바오는 8가지 맛과 색깔로 눈과 입을 현혹했으나 A등급에 걸맞은 특별한 매력이 없었다. 어쩌면 카비쉬 씨는 메뉴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닐까. 수학적 계산에 의한 평가로는 샤오롱바오의 맛을 재단할 수 없었다. 맛은 수학이 아닌, 행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도선미 여행작가는

여행업계 전문지 ‘여행신문’과 월간 여행잡지 ‘트래비’에서 기자로 일했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홍보팀장과 개별자유여행 전문기업 내일투어를 거치며 관광 마케팅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현재 여행 콘텐츠 전문 기획사인 앤스토리(&Story)의 기획실장이자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상하이 여행 가이드북 《리얼 상하이》를 내달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