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라 하면 흔히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제목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있는 장치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물리학자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파리 판테온 천장에 길이 67m의 끈을 늘어뜨리고, 거기에 28㎏짜리 추를 매달아 흔든 것이다. 이론적으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할 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동면이 변했다. 푸코는 ‘푸코의 진자’로 세계 과학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푸코는 1819년 9월19일 파리에서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병약하고 행동이 느린 아들을 위해 학교 대신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도록 했다. 어머니 권유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피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의사의 꿈은 접었다. 대신 물리학으로 방향을 바꿨다.

‘푸코의 진자’를 만든 건 1851년이었다. 이 공로로 왕립학회로부터 당대 최고 영예의 과학상이던 코플리상을 받았다. 또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 전류, 빛 등에 대해 실험했다. 특히 그가 계산한 빛의 속도는 초속 29만8000㎞로, 현대에 측정된 값(초속 약 30만㎞)과 오차가 거의 나지 않았다. 푸코는 1868년 2월11일 다발성 경화증으로 별세했다. 그의 시신은 몽마르트르 묘지에 안장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