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마츠 에크 '잠자는 미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마리우스 페티파가 안무한 ‘잠자는 미녀’(1890)는 ‘러시아 황실 발레의 교과서’로 불린다. 주인공 오로라 공주가 사악한 마녀의 저주에 걸려 100년간 긴 잠에 빠지지만 용감한 왕자의 입맞춤으로 깨어난다는 내용이니 전형적인 ‘금수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대 스웨덴 안무가 마츠 에크의 ‘잠자는 미녀’(1996)는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재해석했다. 오로라는 평범한 부모의 방황하는 딸이다. 어릴 적부터 남자를 경험하고 결국은 이민자 출신 부랑자와 동거한다. 사회보안국 요원에게 구출돼 결혼하고 임신도 하지만 약에 물든 젊은 나날을 보낸 탓에 장애아가 태어난다. 충격을 받았던 남편이 아이를 소중하게 끌어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현대 유럽사회의 고민을 투영하면서 결국은 휴머니즘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