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에곤 실레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는 28세에 독감으로 운명하기까지 세 편의 드라마 같은 삶을 연출하며 살았다. 17세의 미성년자 발리 노이질을 모델로 비도덕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24일 구류를 산 것이 첫 번째 삶의 애한. 두 번째는 그 미성년자와 살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옆집 처녀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한 일, 세 번째는 임신 6개월이던 아내가 독감에 걸려 세상을 뜬 지 사흘 만에 그도 독감으로 숨졌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실레는 우울한 병리적 현상과 사디즘적인 분위기를 화면에 쏟아냈고, 자신의 내면세계와 인간에 대한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자화상을 즐겨 그렸다.

그의 1912년작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세기말 현상과 전쟁에 따른 불안한 시대의 감성을 포착한 대표작이다. 불안한 듯 살 떨리는 실루엣, 생채기 내듯 긁고 문질러 표현하는 기법, 빨갛게 익은 꽈리의 강렬한 색채가 어우러져 극한 불안과 공포감을 드러낸다. 불만과 불안감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듯한 모습이 여느 자화상과 달라 보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