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최악의 시나리오 피하려면 구조개혁부터"
한국 경제는 올해를 추가경정예산으로 간신히 버텼다. 내년에는 추경 효과가 사라지고 금리 인하 추세가 멈추면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성장 잠재력도 훼손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구조조정이 미뤄지면서 생산성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등 대외 경제여건도 좋지 않다. 내년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은 사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추격연구소(소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펴낸 《2017 한국경제 대전망》은 국내 경제전문가 43명이 함께 쓴 내년 경제 가이드다. 경제 흐름을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한편 산업계와 정계 등에서 제기될 경제 관련 이슈를 예측·분석했다. 국내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 중국 미국 일본 인도 북한 등 한국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주요 국가의 경제도 다뤘다. 이론적 완성도보다는 시의성에, 계량적 분석보다는 구조적 분석에 방점을 두고 쓴 책이다. 다루는 주제가 모두 50가지에 이를 정도로 논의의 폭이 넓다.

저자들은 “한국 경제는 2016년 이전까지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추경효과 소멸 등으로 상황이 급변했다”고 설명한다. 이전까지는 한국 경제가 주로 대외적인 변수에 영향을 받아 흔들렸지만 이제는 대외적 변수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급증, 잠재성장률 하락, 거시경제정책의 실효성 상실,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증가라는 구조적 이슈가 내년에 부각될 것으로 저자들은 예측한다. 최악의 경우 대내요인발 경제위기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저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회피하는 근본적인 방안은 전통적 거시 정책적 대응이 아니라 구조개혁 및 산업경쟁력 제고”라고 조언한다. 이런 혁신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금융산업의 경우 정보기술(IT)의 ‘금융화(핀테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은행과 자본시장이 균형 발전하며 경쟁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열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 등 인터넷으로 소액 벤처투자를 유치하고 서민들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싼 비용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금융 환경을 형성해야 한다.

저자들이 최종적으로 제시하는 처방은 ‘시스템 수술’이다. 경제 주체들이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새 판으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근 교수는 “내년은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가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미국처럼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스톡옵션 부여, 차등의결권 허용을 통한 경영권 안정, 장기 주식 보유자에 대한 유인책 제공, 대기업 출신자 창업 유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필진으로 참여한 이준협 국회의장 정책비서관은 최순실 게이트가 내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가 정치 사이클에 크게 연동되지 않는다”며 “최근 논란과 내년 대선이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