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 Watch & Motorsports - Rolex(1)
[레이싱 텐]롤렉스, 최초의 역사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좀 막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동의할 만 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포뮬러원(F1)을 0.001초의 승부라고 말하듯 결국 모터스포츠는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 승리를 움켜쥐기 위함이다. 이 ‘빠르다’의 개념에는 속도가 있으며 속도(km/h)에는 시간과 이동이 자리를 잡고 있다.
[레이싱 텐]롤렉스, 최초의 역사
치열한 승부일수록 우열을 가리는 데에는 정밀한 계측이 필요하기에, 보다 정확한 타임워치를 필요로 하게 됐다. 모터스포츠의 성장과 시계의 발전을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터스포츠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브랜드 중 대표적인 게 롤렉스다. F1은 물론 르망 24시, 데이토나 등이 대표적이다. 모터스포츠는 아니지만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Pebble Beach Concours d'Elegance)와 같은 클래식카 이벤트도 후원을 하고 있다.
롤렉스의 창립자는 한스 빌스도르프. 사진=롤렉스
롤렉스의 창립자는 한스 빌스도르프. 사진=롤렉스
롤렉스의 창립자는 한스 빌스도르프다. 그는 1905년 영국 런던에서 알프레드 데이비스와 함께 브랜드를 설립했다. 현재 본사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포브스가 추정한 2013년도 매출은 45억 달러(4조6000억원)이다. 2000년대 들어 고급 시계 브랜드들은 리슈몽(Richemont)과 스와치(Swatch) 등 거대 명품그룹에 인수됐다. M&A의 회오리 속에서 롤렉스는 여전히 독립된 유한회사로 남아 있다.
[레이싱 텐]롤렉스, 최초의 역사
롤렉스 데이토나. 사진=롤렉스
롤렉스 데이토나. 사진=롤렉스
롤렉스는 창립 후 ‘최초’의 역사를 줄곧 써왔다. 기술을 선도한다는 건 해당 산업을 이끌어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브랜드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1910년 롤렉스는 손목시계 중 처음으로 스위스 비엔에 있는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기관에서 크로노미터 인증을 획득했다. 시계에 ‘Official Watch Rating Centre’라는 문구가 있다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쉽고 간단하게 말하면 ‘오차없이 굉장히 정확하다’는 증명서다.
1926년 롤렉스 오이스터. 사진=롤렉스
1926년 롤렉스 오이스터. 사진=롤렉스
롤렉스는 방수 손목시계도 처음으로 개발했다. 1926년 내놓은 오이스터(Oyster)가 그것이다. 오이스터가 ‘굴’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만 봐도, 이 시계가 바다 속 진주처럼 가치를 지니는 제품이자 물속에서도 이상 없이 작동하는 시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이스터는 베젤, 케이스백, 와인딩 크라운을 케이스에 스크류 다운방식으로 고정했다. 롤렉스가 개발한 독창적인 기술이다.
1927년 영불해협을 횡단한 메르세데스 글릿즈. 사진=롤렉스
1927년 영불해협을 횡단한 메르세데스 글릿즈. 사진=롤렉스
롤렉스는 오이스터의 방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출시 1년 뒤인 1927년, 영불해협 수영 횡단에 도전하는 영국 여성 메르세데스 글릿즈에게 이 시계를 착용하도록 한 것이다. 메르세데스 글릿즈는 10시간이 넘는 횡단 시간 동안 이 시계를 착용했고, 횡단에 성공한 뒤에도 이상 없이 작동했다. 그녀의 횡단 성공과 함께 오이스터의 성능도 화제가 됐다.
사진=롤렉스
사진=롤렉스
1931년에는 퍼페츄얼 로터(Perpetual rotor)라는 이름의 영구 회전자를 장착해, 오토매틱 와인딩 시스템을 갖춘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를 개발했다. 쉽게 말해,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시계 내부의 태엽이 자동으로 감기도록 해 동력을 채워주는 것이다. 사실 퍼페츄얼 로터는 롤렉스가 처음 개발한 건 아니다. 원조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롤렉스의 무브먼트가 오늘날 시계 산업에서 원조 대접을 받는 이유는 현재 기계식 시계의 오토매틱 와인딩 매커니즘에 영향을 준 것이 롤렉스이기 때문이다.
F1의 공식 타임키퍼인 롤렉스. 사진=F1홈페이지
F1의 공식 타임키퍼인 롤렉스. 사진=F1홈페이지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던 롤렉스는 193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와 연을 맺게 된다. 그 역사는 오늘날까지 숨을 쉬며 이어지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