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스토리] 미생 '끊기' 한 수…연극이 끝나고 난 뒤
기자절야(棋者切也). 바둑은 상대를 끊는 데서 비롯된다. 끊을 곳부터 끊고, 다음 수를 모색한다. 판을 뒤집은 이세돌의 '한 수' 역시 수많은 '끊기' 뒤에 오른 기세(氣勢)다.

연극 무대에서 치열한 삶의 바둑을 끊어가는 미생(未生) 들을 만났다. 쉬기에도 모자란 퇴근 뒤 밤과 주말 시간을 연극에 쏟아붓는 '끊기'. 이상한 그 쉼이 자신을 다시 일으켜세운다고 말하는 이들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연기자로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360도 VR(가상현실)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180도 씩 이등분한 환경에 각각 다른 풍경과 사람을 담아 360도 인터뷰로 제작한 뉴스래빗의 첫 시도다.

▼ [VR 다큐] 평범한 직장인들, 연극에 빠지다

[VR 스토리] 미생 '끊기' 한 수…연극이 끝나고 난 뒤
↑ LG전자 360 VR, 2K(2560 X 1280) 해상도로 촬영했습니다.
[VR 스토리] 미생 '끊기' 한 수…연극이 끝나고 난 뒤
# 1. 자신에 대한 확신
[VR 스토리] 미생 '끊기' 한 수…연극이 끝나고 난 뒤
김인종(극단 취하자 5기 졸업생)
"처음에는 회사 생활 끝에 즐길 수 있는 주말 이틀이 있다는 생각이었요. 나중에는 반대가 됐어요. 주말 연극을 즐기기 위해 회사 생활을 견뎠어요. 연극이 재밌어서 극단을 다니기 전에는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 했는데 6개월(1기수 운영 기간) 극단 생활을 끝내고 보니 나 자신에 대해 확신과 자신감이 더욱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도 딴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놀라는 눈치입니다."

# 2. 엄마의 제 2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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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극단 취하자 2·3·5기 졸업)
"어렸을 때 말을 먼저 못 걸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아이 키우는 주부로 살아서 특별한 취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과 희노애락을 표현한다는 게 정말 힘들었죠. 그렇지만 연기를 하다보니 차츰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딸도 엄마가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 보기 좋다며 응원해주고 있어요. 남편도 프로 연기자로 전향하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 3. 감정을 표출하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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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극단 취하자 5기 졸업생)
"여기가 맘에 든 이유가 뭐냐면 사람들 직업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잖아요. 여기에선 배역을 통해 억눌렸던 감정을 표현하기가 좋거든요. 그게 비속어가 될 수 있고 특정 행동이 될 수 있죠. 그런 것들을 자유롭게 표출한다는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 4. 돈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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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우(극단 취하자 5기 졸업생)
"서비스업을 했는데 고객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서는 욕하고 그랬죠. 스트레스 때문에 성격이 거칠었어요. 극단도 일이 바빠서 3개월 회비만 내고 못 갔어요. 돈 아깝다 생각해서 딱 한 번만 가보자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결국 그 회사는 그만뒀어요. 극단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됐으니까요. 여기서 맡은 캐릭터를 통해 답답했던 걸 쏟아내니 스트레스가 사라졌어요. 지금은 무직 상태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어떤 일이든 해내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돈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여기서 배웠어요. 대인관계도 훨씬 나아졌죠.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극단 취하자 는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내 설립 2년째인 연극 집단이다. 정규 극단뿐 아니라 일반인(직장인)극단, 청소년 극단 등 70여 명이 활동 중이다. 각 과정은 1기수 당 6개월 과정. 졸업 공연을 목표로 한다. 단원은 20~50대까지 다양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VR 스토리] 미생 '끊기' 한 수…연극이 끝나고 난 뒤
"오, 나여, 오 생명이여!
대답은 한 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인생을 이처럼 정의했다. 이미 거기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자신이 주인공인 화려한 연극이 계속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이미 한편의 시(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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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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