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서부 휴양지, 아르카숑
1년 내내 굴을 먹을 수 있는 곳
아르카숑은 우리에게는 낯선 지명이지만, 보르도의 남서쪽으로 약 55㎞ 떨어진 곳에 있어 보르도로 가는 길에 하루 이틀 들르면 좋을 곳이다. 아르카숑은 육지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만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여름이 여행하기 좋은 성수기지만,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아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아르카숑의 굴은 프랑스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특산물이다. 카프 페레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이든 자리를 잡고 앉으면 거의 모든 테이블에 석화가 놓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레몬은 거의 통째로 나오고, 레몬을 듬뿍 짜 넣은 싱싱한 굴을 한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짭조름한 바다내음과 상큼함이 터져 나온다. 가벼운 소비뇽 블랑 와인과 함께 먹은 아르카숑의 석화는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굴요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을 딴 마을
18세기, 아르카숑은 ‘겨울마을’로 불렸다.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고 여름에도 별로 덥지 않은 기후 덕분에 이곳에서는 다른 도시와 달리 각종 전염병이나 질병이 잘 번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몸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수를 이용한 질병 치료나 요양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겨울마을은 아르카숑 시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다. 지금은 400채의 고급 빌라가 들어서 있는, 아르카숑에서 가장 살기 좋은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겨울마을로 알려진 아르카숑에는 봄마을, 여름마을, 가을마을의 이름을 지닌 동네들이 계속 생겨났고, 지금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계절 휴양지가 됐다. 해변 산책로가 있는 여름마을의 겨울은 조금 쓸쓸하고 스산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페르디낭 성당이 있는 가을마을과 스파가 발달한 겨울마을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온기로 여행객을 보듬어준다.
유럽에서 가장 큰 사구 뒨 뒤 필라
사구의 서쪽 경사지는 바생 다르카숑(만 안에 차 있는 바다)과 연결되고, 동쪽 경사지는 광대한 소나무 숲을 바라보고 있다. 사막이 없는 유럽에서 뒨 뒤 필라의 풍경은 분명 생소하면서도 신비로운 것이다.
여행 팁
파리에서 보르도(메리냐크공항 이용)까지 가는 국내선을 타면 된다. 보르도에서 아르카숑까지는 기차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보르도 생장(St Jean)역과 아르카숑을 왕복으로 오가는 기차(TER)를 이용하면 50분 정도 걸린다. 다른 교통편은 아르카숑 관광안내사무소 홈페이지(arcacho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르카숑(프랑스)=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