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단색화 천하'…가격 천정부지
2~3년새 가격 최고 23배 오르며 올 경매시장 34% 차지
"외국인들 선호 추가상승"…"시장 체력 약한데 이상 과열"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컬렉터와 미국 및 유럽 지역 유명 미술관들이 단색화 소장을 원하고 있어 당분간 시장이 좋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작품값이 지나치게 오른 데다 경제 상황도 불안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색화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색화, 거침없는 질주
일부 작가의 그림값은 ‘국민화가’ 박수근과 이중섭은 물론 일본 인기 작가 구사마 야요이와 무라카미 다카시, 중국의 장샤오강, 웨민쥔의 작품가격 수준까지 올려놓았다. 정상화는 지난 10년간 경매 평균 낙찰률이 85%로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2006년 18만원에 머물렀던 호당 가격이 작년에는 약 190만원, 올해 상반기에는 425만원까지 치솟았다. 10년 사이에 그림값이 23배나 뛴 것이다.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000만원대 중반에 거래되던 박서보 작품도 지난달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7억원대까지 치솟았다. 2006년 50만여원에 불과했던 박 화백의 평균 호당가격은 올해 400만원에 육박하며 10년 사이에 8배로 상승했다. 올 들어 경매 낙찰총액도 2006년(8600만원)보다 90배 이상 불어난 83억원에 달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지금 단색화는 미술시장의 기초체력과 상관없이 부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10년간의 경매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거품이 생기면 약 6개월 뒤에 시장이 붕괴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단색화의 거품도 앞으로 6개월이 고비라고 예측했다.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고비?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색화의 인기가 미국 금리 인상을 계기로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작가는 하반기에 서울 파리 뉴욕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거품이 꺼질 경우 그 여파가 미술시장 전체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씨는 “단색화에 대한 컬렉터들의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면서 가격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며 “단색화 거래에 투기적인 요소가 있어 장기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국제시장에서 미술관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세계적 컬렉터들이 지속적으로 단색화 작품을 구입하고 있어 단색화시장의 호황은 지속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