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록음악…'톱밴드'가 돌아왔다
국내 유일의 ‘밴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 2 ‘톱밴드’ 시즌3(연출 윤영진·황성훈·사진)의 출발이 순조롭다. 지난 3일 오전 11시 첫 회 시청률은 2.1%, 2회 시청률은 2.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3년 전 시즌2의 1%대 시청률에 비하면 성공적이다.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고 입소문이 나면 시청률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밴드 음악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장르다. 2009년 ‘슈퍼스타K’ 성공 이후 각 방송사들이 다양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그 속에서도 밴드가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칼칼하고 거친 보컬과 라이브 연주의 풍성함이 빚어내는 밴드 음악의 매력을 공연장이 아니라 TV를 통해 보여준다. 2011년 시즌1은 신선함을 앞세워 평균 시청률 5%를 기록했다. 시즌2의 시청률 참패 이후 3년 만에 부활한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밴드들의 갈망은 지원자 숫자로 입증됐다. 2주일의 접수 기간 동안 623개 팀이 지원했다. 이 중 동영상 심사를 통과한 111개 팀이 펼치는 예선 과정이 두 차례에 걸쳐 방송됐다.

시즌3는 지난 시즌에 비해 많은 점이 달라졌다. 우선 방송 시간대가 이전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서 오전 11시30분으로 당겨졌다. 윤영진 PD는 “편성시간에서도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가족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방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인 연주자들에게도 문호를 대폭 개방했다. 보컬, 기타, 드럼 등 개인 부문으로 지원한 뒤 예선 통과자들로 팀을 결성해 본선에 나가는 형식이다. 이번에는 모두 세 팀이 새로운 밴드를 결성해 본선 무대에 오른다. 분방한 개성을 얼마나 조화롭게 통제해 풍성한 화음을 들려주느냐가 관건이다.

참가 밴드들은 개성 강한 음악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애프니어’는 여성 보컬의 수려한 미모와 세련된 모던 록으로 눈길을 끌었고, ‘데드버튼즈’는 묵직한 연주와 보컬로 ‘레드 제플린의 재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오리엔탈쇼커스’와 ‘와러써커스’는 비슷한 이름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흥겨운 브라스 밴드의 장점을 살린 연주를 들려줬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이 프로그램의 동영상을 보는 연령대가 대부분 30~40대인 점이 특이하다. 포털 다음에 따르면 30대와 40대가 전체 접속자의 80%에 달했다. 아이돌 음악에 치중한 다른 음악 프로그램보다 연령대가 높다.

17일 방송되는 3회에서는 본선에 오른 18개 팀을 훈련시킬 코치를 선발하는 코치 결정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어 조별 경연을 통해 8개 팀을 추린 뒤 일대일 경연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작곡가 윤일상과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 밴드 장미여관 등이 코치로 나선다. 윤 PD는 “밴드 음악의 참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