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자연의 색깔들 - 장영수 (1947~)
주변 곳곳의 나뭇잎들
울긋불긋 물드는
깊은 가을 청명한
대기 속에 떠오르는
경애하는 저 옛 님들은
한 생애 또는 아득한
생애에까지 오묘한
색깔들을 걸쳐놓은 채
성한 구석이 별반 없는
이 몸을 짐짓 준열히
꾸짖는 듯하다 너는
도대체가 왜 그 모양이냐

시집 《푸른빛의 비망록》(문학과지성사) 中


주말 내내 비가 내리더니 볼에 닿는 공기의 온도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속 나무들도 어느새 초록 옷을 울긋불긋하게 바꿔 입었네요. 잎이 떨어지기 전까지 온몸을 불태우는 단풍을 보면 “올해도 이제 다 끝나버렸다”고 섣불리 말하기 부끄러워집니다. 2015년의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아직 두 달도 넘게 남았는데 말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