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국제축구연맹(FIFA)의 ‘보스’ 제프 블라터 회장(79·스위스)의 장기 집권을 놓고 세계 축구계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오는 5월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FIFA 총회가 계기다. 당초 블라터 회장의 5선이 유력했지만 잇따른 비리 의혹에 유럽 축구계가 등을 돌리면서 ‘블라터 왕국’의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새 회장 선거에 나설 후보는 블라터 회장과 FIFA 부회장인 알리 빈 알후세인 요르단 왕자(40), 포르투갈 출신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43), 미하엘 판프라흐 네덜란드축구협회장(68) 등 4명. 투표로 선출되는 차기 회장은 향후 4년간 세계 축구를 이끌게 된다. FIFA는 유엔보다 많은 209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으며 한 해 예산이 2조5000여억원에 이른다.
블라터 회장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의 비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그의 4선 텃밭인 유럽이 등을 돌렸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은 “한 사람이 세 번 이상 FIFA 수장을 하면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며 블라터 회장을 비판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도 “물갈이가 필요하다”며 “유럽 회원국들은 더 이상 블라터 회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UEFA에는 53개국이 소속돼 있다.

하지만 블라터 회장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나에게 도전해도 좋지만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인 알후세인 왕자는 아시아 대륙의 지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문 아약스의 회장 출신인 판프라흐 회장은 축구 전문가로서, 최다 표를 갖고 있는 유럽이 기반이다.

1998년 처음 당선된 블라터 회장이 5선에 성공하면 2018년까지 20년간 집권하게 된다. 한편 오는 4월 열리는 FIFA 집행위원 선거에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3)이 다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부회장 등과 경쟁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