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의 ‘마이 퍼스트 옥션’에 출품된 이대원의 ‘나무’.
서울옥션의 ‘마이 퍼스트 옥션’에 출품된 이대원의 ‘나무’.
2013년 초부터 전자부품업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영란 씨(29)는 지난해 가을 미술에 관심 있는 동료 14명과 함께 ‘그림계(契)’를 만들어 월 20만원씩 붓고 있다. 작년 12월 네 번째 주자로 곗돈을 탄 김씨는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윤병락 씨의 5호 크기 사과 그림 ‘가을 향기’를 240만원에 샀다.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그림이다. 안방에 걸어 놓고 매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씨처럼 미술품 소장에 관심 있는 직장인을 비롯해 주부 대학생 등 새내기 컬렉터들의 ‘그림 사랑’을 북돋우는 이색적인 그림 경매 행사가 마련됐다. 서울옥션이 올해 첫 기획 경매로 오는 28일 여는 ‘마이 퍼스트 옥션’이다. 이번 행사에는 백남준을 비롯해 장욱진 도상봉 이대원 권옥연 사석원 김병종 김덕기 김상우 주태석 이동재 등 근·현대작가 작품 156점이 출품됐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전체 출품작의 50%는 초보 미술품 컬렉터가 구입하기에 적당한 가격대인 500만원 미만이다”고 말했다.

장욱진의 ‘자화상’.
장욱진의 ‘자화상’.
고가 작품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그림은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의 1973년작 자화상(26.7×21.4㎝). 서울대 미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경기 남양주 덕소에서 작업 활동에 몰두했던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다. 화면 가운데 간결한 선으로 표현된 인물을 중심으로 양쪽에 새와 달이 그려져 있다. 추정가는 1억8000만~2억5000만원이다.

중저가 작품으로는 사석원의 ‘비단길-당나귀와 닭’(200만~400만원), 김병종의 ‘생명의 노래’(300만~700만원), 김덕기의 ‘가족-즐거운 식탁’(150만~25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경매에는 최근 미술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단색화가 윤형근이 그린 100호 크기의 ‘엄버(Umber) 7’(7000만~1억5000만원), 이대원의 4호 ‘나무’(2700만~5000만원), 도상봉의 4호 ‘정물’(4000만~7000만원), 백남준의 ‘무제’(1800만~4000만원), 권옥연의 ‘소녀’(1500만~2500만원), 임직순의 ‘좌상’(1200만~2000만원), 정상화의 ‘무제 81-5’(8000만~1억5000만원) 등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나온다. 일본 화가 시미즈 도운의 ‘최제우·최시형 참형도’가 출품되고, 김상우의 김구 초상화, 주태석의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 이동재의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화도 새 주인을 찾는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최근 급격한 경기 변화로 한국 미술시장이 비교적 활력이 없지만 그림 소장에 대한 관심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 기획 경매는 새내기 컬렉터들에게 건전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27일까지 논현동 서울옥션 강남점에 전시된다. (02)395-03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