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5일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고선박의 것으로 추정되는 닻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선박은 첫 조선시대 선박 실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5일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고선박의 것으로 추정되는 닻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선박은 첫 조선시대 선박 실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바다 밑의 보물창고’로 손꼽히는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최초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서해 등에서 발견된 12척의 고(古)선박 가운데 통일신라 시대 것으로 밝혀진 영흥도선을 제외한 11척은 모두 고려시대 선박이다. 2007년 이후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태안선, 마도 1~3호선 등 4척도 고려시대 배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마도 4호선’으로 명명된 이 고선박에 학계의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는 “지난 6월1일부터 마도 해역을 발굴조사한 결과 침몰한 고선박인 ‘마도 4호선’을 찾았으며 조선시대 백자의 해상운송 사례를 보여주는 백자 다발 111점을 인양했다”고 5일 발표했다.

태안 마도 해역에서 인양된 조선시대 백자.
태안 마도 해역에서 인양된 조선시대 백자.
연구소에 따르면 확인된 선박은 길이 11.5m, 폭 6m로 전형적인 한국의 고선박 형태를 띠고 있다. 선체 내부를 시굴 조사한 결과 조선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 대접 2점을 인양했다. 연구소는 “분청사기가 선박에 실려 있었던 유물이라면 이 선박이 지금까지 한 번도 발굴된 적이 없는 조선시대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선체 내부에서는 또 4단으로 구성된 외판재가 확인됐고, 주변에서는 화물이 물에 젖지 않도록 받침 역할을 하는 원형 통나무들이 다량으로 발견됐다.

이 배는 마도 해역에서 확인된 다섯 번째 고선박으로, ‘난파선의 공동묘지’이자 ‘바닷속 경주’라고 불리는 태안 마도 해역의 가치를 실감케 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마도 해역은 빠른 조류와 암초, 짙은 안개 등으로 인해 선박 운항이 어려워 난행량(難行梁)으로 불렸고, 많은 배가 침몰했던 곳으로 기록돼 있다. 마도 해역에선 지금까지 4척의 배와 3만여점의 유물이 인양됐다. 연구소는 내년 4월부터 마도 4호선에 대한 정밀 수중 발굴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도 해역에서 조선시대 백자 꾸러미가 확인된 것도 처음이다. 지금까지 발굴, 인양된 유물은 고려시대 청자 위주였다. 이번에 발견된 백자는 종류별로 10점씩 포개진 상태였고, 꾸러미의 아래쪽에는 완충재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볏짚도 함께 확인돼 백자들이 화물로 실렸음을 알 수 있다. 이들 백자는 접시, 잔, 촛대 등 모두 일상생활 용기들로, 특히 백자 촛대가 발굴된 것도 처음이다. 연구소는 “초 자체가 일반 서민이 사용하기 어려운 품목이라 촛대가 도자기로 제작된 사례는 극히 드물어 도자사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굴된 백자들은 제작 상태, 기종 등으로 볼 때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에 지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연구소는 추정했다. 조선 후기에는 전국 각지에 가마가 산재한 데다 수요지와 공급지가 인접해 해상을 통한 장거리 백자 운송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마도 해역 백자들은 상식을 깨고 해로를 이용한 백자의 유통 과정을 보여주는 첫 사례여서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들 백자 다발이 마도 4호선에 실렸던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며,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