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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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단순한 인터넷 기업을 넘어섰다. 검색 엔진으로 출발해 이제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구글 맵’,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막을 알린 ‘지메일’과 ‘구글 드라이브’,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긴장케 한 ‘크롬’,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 ‘구글 글라스’ 등 수많은 서비스를 내놓으며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책마을] 창의적 도전 강조하는 구글 "현재의 도박이 미래엔 현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는 2001년 구글에 합류해 2011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고 현재는 회장으로서 정책 자문과 대외 협력 등을 책임지고 있는 에릭 슈미트는 직접 구글의 기업 문화에 대해 쓴 책이다.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조너선 로젠버그와 앨런 이글도 구글에서 중책을 맡은 사람들이다.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업했을 때 두 사람은 사업에 대한 훈련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이들은 단순한 원칙 몇 가지를 세우고 회사를 운영했다. 구글이 스탠퍼드대 기숙사에서 먼로 파크의 차고로, 다시 팰러앨토의 사무실을 거쳐 마운틴뷰의 거대한 사무실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이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것. 이들은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었다.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인재가 필요하다. 구글은 능력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줬다. 고급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구내식당과 개인 트레이너가 딸린 체육관 등은 기본이다.

구글이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전문성과 창의력’은 일종의 사시(社是)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업이 빠른 속도로 변해야 한다는 통찰력과 리스크를 무릅쓰고 그 변화의 일부가 되는 용기, 최고의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춘 인력을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그런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자세와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글에서 ‘혼란’은 권장된다. 저자는 “지저분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지만 자기표현과 혁신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선 좋은 신호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대신 사무실이 붐비고 지저분할 때는 직원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방대한 데이터 센터와 구글 전체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접근할 권한을 주고 있다. “화려한 가구나 커다란 사무실처럼 중요하지 않은 설비에는 인색하게 굴되 그들에게 중요한 자료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철저한 실력주의도 보장된다. 저자는 “히포의 말은 듣지 말라”고 말한다. 여기서 히포는 ‘하마’가 아니라 ‘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의 의견(Highest-Paid Person’s Opinion)’을 의미한다. 실제로 구글의 광고 책임자 스리드하르 라마스와미가 회의에서 공동 창업자 브린이 내놓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안을 관철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질적 수준이지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다”란 쉽지만 어려운 얘기에 힘이 실린다.

그 외에도 저자는 ‘모든 조직개편은 하루에 끝내라’, ‘폐쇄보다 공개를 기본 설정으로’, ‘면접시간은 30분으로’, ‘80%의 이익에 80%의 시간을 소비하라’, ‘일단 내놓은 다음 개선하라’, ‘가장 어려운 질문을 제기하라’ 등 구글의 경영 원칙들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조금씩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늘 하던 일을 편하게 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점진주의’에 빠진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낙오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구글은 지금도 자율주행 자동차, 풍선의 힘을 이용한 인터넷처럼 무모해 보이는 분야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은 구글이 모든 사진을 포함해 전 세계의 지도를 그리겠다는 구글의 목표(구글맵)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과거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지표라면, 현재의 커다란 도박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별로 무모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