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생가터 솔뫼성지, 교황 동상·광장 조성 검토
해미읍성 1.5㎞ '십자가의 길', 年 13만명 참배·관광객 찾아
신리성지·합덕성당 등도 관심

이번 교황의 방문으로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곳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국제적인 순례 및 도보관광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충남은 교황 방한 기간과 이후에 대규모 방문객이 충남 천주교 성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포지역 성지 순례길 88.1㎞를 정비해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당진시 우강면 솔뫼성지와 병인박해 때 순교한 다블뤼 주교의 삶이 깃든 당진 합덕읍 신리성지로 이어지는 13.3㎞의 버그네 순례길, 신리성지에서 내포지역 순교자들이 해미읍성으로 압송되던 예산 한티고개로 이어지는 34.4㎞, 한티고개에서 해미성지로 이어지는 9.7㎞ 등이 연결된다.
충남도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계기로 순교성지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천주교 대전교구와 공동으로 천주교 성지와 순례길 홍보 영상을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만들어 공개했고 표지판도 설치했다. 각 시·군도 성지와 순례길 주변을 정비하고 개발해 교황 방문 후에도 전국적·세계적 순례 코스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교황이 15일 성지 가운데 처음 방문한 당진 솔뫼성지는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다. 생가는 현장 발굴된 자료 등을 토대로 2004년 복원됐으며 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상, 기념관 등이 조성돼 있다.

충남 서산 해미 순교성지는 다른 순교지보다 참혹했던 박해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박해가 심했던 정사박해(1797년)부터 병인박해(1866년)까지 수천 명이 순교했고, 생매장까지 당한 순교자도 많다.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체포된 교인들은 읍성에서 끌려나와 서문 밖에서 처형되거나 해미천이 바다와 만나는 끝머리로 끌려가 참수당했다. 이곳에 있는 ‘여숫골’은 처형을 위해 끌려나오는 교인들이 ‘예수, 마리아’라고 외친 것을 사람들이 ‘여수머리’로 알아들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순교자들을 재판했던 읍성 동헌부터 해미 시내를 거쳐 이곳에 이르는 1.5㎞ 구간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에는 성지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미성지는 연간 13만명의 참배·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교황은 17일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서산시는 해미 순교성지의 문화재 지정과 방문지 명소화 사업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다.
교황이 방문하는 솔뫼성지, 해미성지 외에도 내포에는 많은 순교성지가 있다. 지금의 홍성 지역인 조선시대 홍주목은 공주 다음으로 많은 순교자가 나올 정도로 교세가 강했던 곳이다. 이곳 홍주읍성 안엔 순교자들이 갇혔던 감옥이 있고, 읍성 밖에 순교터가 있다. 홍주에서 순교한 사람들은 기록상 211명,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까지 합치면 700여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400명의 신자들이 교우촌을 형성했다가 모두 순교한 당진시 합덕읍 신리성지, 내포 지역 첫 성당인 합덕성당, 한국인 1·2호 사제인 김대건·최양업 신부 집안에 복음을 전한 ‘내포의 사도’ 이존창의 생가터가 있는 예산군 신암면 여사울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순교성지로 꼽힌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