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과 타협하기보다 은둔의 삶 속에 유유자적하고자 했던 옛사람들에게 안개는 세속으로부터 자신들의 세계를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이었다. 게다가 안개는 우주만물을 탄생시키는 상서로운 기운으로 여겨졌다. 그 우주의 요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안개를 두른 산의 모습은 세속인에게도 미지의 동경심을 유발한다. 알 수 없는 곳, 세속과 단절된 곳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의 착잡함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