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더블린에서 태어난 제임스 조이스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금자탑을 이룩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20세기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조이스를 빼놓고 20세기 문학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의식의 흐름’이나 ‘현현(顯現: epiphany)’ 같은 말들은 조이스를 통해 문학용어 사전에 새로 등재되기도 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은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가 탄생한 곳으로, 도시 곳곳에 조이스의 흔적과 소설 속 주인공 블룸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20세기 셰익스피어·원스·펍…더블린 거리서 마주치다
세계문학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유

‘율리시스’는 신문사 광고 판매인인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의 하루 일상을 따라가는 소설. 1904년 6월 16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8시간 동안 블룸에게 일어난 일을 묘사하고 있다.

조이스의 흔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은 더블린 시내에서 남쪽 해안 쪽으로 약 13㎞ 떨어진 ‘제임스 조이스 센터’다. 조이스의 서한과 사진, 작품 초판본과 희귀본, 개인 집기, 소설 ‘율리시스’와 연관된 전시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 가까운 곳에 ‘더블린 작가 박물관’도 있다. 조이스 이외에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버나드 쇼, 자신이 천재인 것 말고는 신고할 게 없다고 한 오스카 와일드,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대의 부조리극을 쓴 새뮤얼 베케트,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시머스 히니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서면 더블린이 왜 ‘유럽 문화의 수도, 세계 문학의 심장’으로 군림하는지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조이스 마니아라면 ‘데비 번스(Davy Byrnes)’도 빼놓을 수 없다. 듀크가 21번지에 있는 이 펍(pub)은 블룸이 소설 속에서 점심을 들었던 곳으로 건너편에 있는 베일리 식당과 함께 조이스가 실제로도 즐겨 찾았던 곳이다. ‘율리시스’ 때문에 장사가 잘돼 돈을 번 주인은 사례의 뜻으로 ‘데비 번스 아일랜드 창작상’을 제정한 후 매년 2만유로의 상금을 지원, 유능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템플 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이스의 또 다른 단골 술집이었던 스태그스 헤드(Stag’s Head)도 있다.
더블린의 최대 번화가 그래프턴 거리.
더블린의 최대 번화가 그래프턴 거리.
영화 ‘원스’와 ‘펍 문화’를 만난다

더블린을 대표하는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안경과 육필원고.
더블린을 대표하는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안경과 육필원고.
문학도 문학이지만 음악을 이야기할 때도 아일랜드는 빠질 수 없다. U2, 벤 모리슨, 크랜베리스, 엔야, 시네드 오코너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수들이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다. 2006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원스’에는 거리 음악가들의 도시, 더블린의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길거리 연주를 하던 그래프턴 거리와 악기점은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됐고 거리에는 수많은 원스의 주인공들이 1년 365일 노래를 한다.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펍 템플바의 연주자.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펍 템플바의 연주자.
더블린 거리는 저녁 무렵이면 술렁이기 시작한다. 하루 일과를 마친 직장인과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합류한다. 그리고 하나 둘씩 등장하는 거리의 악사들. 이들은 거리 곳곳에 자리를 잡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이 모퉁이에서는 록이 흘러나오고 저 거리에서는 통기타 연주가 들려온다. 간혹 경찰관들이 밴드 앞으로 가 다른 곳에서 연주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관객들의 야유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돌아가고 만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객들은 “We want more(한 곡 더)”라고 외친다.

더블린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템플바 거리’다. 프랑스 파리가 ‘카페 문화’로 유명하다면 더블린은 ‘펍(pub) 문화’로 유명하다. 조이스는 ‘펍을 피해서 더블린을 걷는다는 것은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했을 정도다. 인구 100만의 도시 더블린에 펍이 무려 1000개나 있다.

20세기 셰익스피어·원스·펍…더블린 거리서 마주치다
템플바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펍은 템플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거나 앉아서 다들 기네스 맥주 한 잔씩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와글댄다. 펍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밴드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고 있다. 노랫가락에 맞춰 낯선 이들도 금세 친구가 된 듯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맥주잔을 기울인다.

아일랜드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술이 기네스다. 더블린 북쪽에 있는 기네스 맥주 양조장에서 기네스의 역사 및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 둘러본 뒤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바에서 기네스 맥주를 시음하거나,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선물용품점도 둘러볼 수 있다.
20세기 셰익스피어·원스·펍…더블린 거리서 마주치다
여행팁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을 거쳐 더블린으로 갈 수 있다. 유로를 사용하며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 한국보다 9시간 늦다. 오코넬 거리와 템플바 지구에는 시내 중심부답게 숙박시설이 많은 편이다. 더블린관광청 홈페이지(visitdublin.com)에서 숙소를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값싼 B&B(Bed and Breakfast)는 1박에 60~70유로 수준이다.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