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정은 이렇다. 파리의 유명 연극배우였던 벨로니는 은퇴 후 앞날이 막연해지자 고심 끝에 파리시청 부근에 카페를 차렸다. 그런데 장사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머리를 짜냈다. 로코코 미술의 선구자인 장 앙투안 와토에게 자신을 모델로 한 ‘피에로’를 주문해 홍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전직 유명 배우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생각에서다. 그는 화가에게 자신을 피에로로 묘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먹고살기 위해 또 다른 연극을 준비해야 하는 자신의 처량함. 눈물을 머금은 피에로는 곧 자신의 자화상이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