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낮을 지배하는 존재로 묘사된 데 비해 왕비나 왕의 총애를 받은 여인들은 밤을 지배하는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로 묘사됐다. 앙리 4세가 왕비 가브리엘 데스트레를, 루이 14세가 자신의 정부인 퐁파두르 후작부인을 각각 사냥의 여신 모습으로 묘사하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장 마르크 나티에(1685~1766)가 그린 후작부인 초상화에서 주인공은 마치 온화한 달의 신비를 간직한 것처럼 은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