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64쪽 / 1만4800원
11명의 인물 모두 묵직한 울림을 주지만 그중 가장 마음을 끄는 이는 영국 미술계의 이단아 에민이다. 1963년 터키 출신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가무잡잡한 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 학교 공부에도 별 흥미가 없었다. 13세 때는 동네 소년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고통을 겪었고, 20대에는 두 번이나 낙태를 경험하며 3년간 폐인처럼 살았다. 하지만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날아가는 새를 보고 깨달음을 얻은 그는 자신의 잊고 싶은 과거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사랑, 이별, 낙태 등 개인적인 경험을 미술 작품에 쏟아붓는다. 그는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자리잡았다.
웨스트우드의 인생도 평탄치만은 않았다. 생활력 없는 남편 맬컴 때문에 주중에는 초교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주말에는 장사를 하면서 자신이 만든 액세서리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재능을 질투한 남편이 재산 관련 소송을 내 법원을 오가기도 했다. 1983년엔 돈이 없어 파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는 대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길을 택했다. 런던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며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했고, 낡은 아파트에서 ‘해리스 트위드’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는 2011년 “내 옷은 왕실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며 윌리엄 영국 왕세손의 신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단칼에 거절할 만큼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가 됐다.
인종차별 범죄에 아들을 잃은 로렌스는 사회 차별과 맞서 싸우며 희망의 상징이 됐고, 롤링은 굴욕적인 정부 보조금을 받아가며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성했다. 구달이 책머리에 어머니의 말을 빌려 쓴 추천사가 좌절한 사람들에게 힘이 될 듯하다.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넌 기회를 잡기 위해 정말로 열심히 해야만 해.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