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K 롤링(왼쪽부터), 비비언 웨스트우드, 트레이시 에민. 한경DB
조앤 K 롤링(왼쪽부터), 비비언 웨스트우드, 트레이시 에민. 한경DB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 인생의 장애물들, 특별한 여성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해리포터》를 쓴 조앤 K 롤링, 패션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 작가 버지니아 울프, 침팬지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바디샵 창업자인 애니타 로딕,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 ‘피터 래빗’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미술가 트레이시 에민, 영국 상원의원 도린 로렌스, 텐진 팔모 스님. 평범한 나는 지금 이렇게 힘든데, 과연 그들도 힘든 과정을 겪고 성장했을까.

[책마을] 성공한 11명 영국여성들의 좌절 극복 스토리…화려한 그녀들도 나처럼 아팠을까?
《치열하게 그리고 우아하게》는 편견과 좌절을 딛고 세상을 변화시킨 영국 여성 11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세상에 한 획을 그은 여성들의 민낯을 7년간의 현지답사와 주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하게 그렸다. 성공한 인물을 조명한 기존의 책이 주로 그들의 성공담을 좇은 데 비해 이 책은 그들의 고통에 눈 맞추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의욕과 희망이 생기는 건 이 때문이다.

11명의 인물 모두 묵직한 울림을 주지만 그중 가장 마음을 끄는 이는 영국 미술계의 이단아 에민이다. 1963년 터키 출신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가무잡잡한 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 학교 공부에도 별 흥미가 없었다. 13세 때는 동네 소년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고통을 겪었고, 20대에는 두 번이나 낙태를 경험하며 3년간 폐인처럼 살았다. 하지만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날아가는 새를 보고 깨달음을 얻은 그는 자신의 잊고 싶은 과거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사랑, 이별, 낙태 등 개인적인 경험을 미술 작품에 쏟아붓는다. 그는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자리잡았다.

웨스트우드의 인생도 평탄치만은 않았다. 생활력 없는 남편 맬컴 때문에 주중에는 초교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주말에는 장사를 하면서 자신이 만든 액세서리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재능을 질투한 남편이 재산 관련 소송을 내 법원을 오가기도 했다. 1983년엔 돈이 없어 파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는 대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길을 택했다. 런던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며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했고, 낡은 아파트에서 ‘해리스 트위드’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는 2011년 “내 옷은 왕실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며 윌리엄 영국 왕세손의 신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단칼에 거절할 만큼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가 됐다.

인종차별 범죄에 아들을 잃은 로렌스는 사회 차별과 맞서 싸우며 희망의 상징이 됐고, 롤링은 굴욕적인 정부 보조금을 받아가며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성했다. 구달이 책머리에 어머니의 말을 빌려 쓴 추천사가 좌절한 사람들에게 힘이 될 듯하다.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넌 기회를 잡기 위해 정말로 열심히 해야만 해.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