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련·허형·허건·허문 한경서 특별전
< 墨·香·萬·里 : 묵향만리 >

중국 남종화의 한국적 수용과 확산에 기여한 소치를 비롯해 그 화업을 이은 아들 미산 허형(1862~1938)과 손자 남농 허건(1908~1987), 증손자 임전 허문(1941~) 등 허씨 가문 4대가의 작품 20여점을 모은 특별전이 22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펼쳐진다.
‘묵향만리(墨香萬里·묵의 향기가 만리를 간다), 운림산방 4대가’를 주제로 한 이 전시회는 소치에서 시작된 200여년간의 허씨 가문 예술세계를 통해 국내 화단에서 차지하는 운림산방 화맥의 역사적 성격과 미래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1940년대 금강산만 열두 번 올랐다는 남농의 실경산수화는 12점이 나온다. 1970년대 그린 ‘추경’은 가을이 내려앉은 강변의 풍경과 소나무, 갈대를 그린 작품. 아름다운 남도의 가을빛이 남농의 붓에 의해 살아났다. 1976년 작품 ‘원포귀범(遠浦歸帆)’은 호탕한 선과 잔 붓질로 강변의 배를 표현해 산수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쌍솔’은 남도의 기상과 정신세계를 소나무에 녹여내 남도에 대한 남농의 진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운무 산수화에 뛰어난 임전은 현대화풍의 산수화 5점을 내보인다. 움직이는 안개, 소나기가 내리는 듯한 안개, 산야를 파고 드는 안개, 뇌성벽력이 치면서 몰려드는 구름 등 한국의 산하를 운무로 단순화한 작품들이다. 그의 근작 ‘비상’은 안개 낀 강물을 따라 유유히 떠가는 배에 앉아 있던 제비가 구름 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되살려냈다.
한경갤러리 측은 “지금까지 실제보다 평가절하돼 온 소치 가문의 예술세계를 호남을 넘어 한국미술이라는 지평에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