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 592쪽 / 2만원
커피 브레이크 공식화하면 일처리 시간 20% 빨라져
노는 시간이 생산성 높여
경영과 심리를 접목해 고정관념에 새 시각 제시

결과는 정반대였다. 새로운 제도 아래서 소방관들은 전년도에 사용한 6432일의 약 두 배인 1만3431일분의 병가를 신청했다. 새 제도는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소방관들의 자부심, 즉 ‘사회 규범’을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시장 규범’으로 바꾸고 말았다. 아파도 사명감으로 출근하던 소방관들에게 15일까지는 병가를 써도 되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저자의 무기는 ‘인간 심리’다. 일사불란한 관리와 통제에 대한 선호, 금전적 보상이 동기를 부여할 것이란 희망 등이 인간의 심리를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에 제시된 다양한 심리 실험과 경영 일선 사례들은, 자기도 모르게 갖고 있던 고정 관념에 신선한 충격을 가하고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한다.
금전적 보상을 강조하는 성과주의는 어떨까. 혼자 사는 어느 노인의 이야기를 보자. 동네 아이들은 남루한 이 노인을 매일 찾아와 욕설하고 놀려댔다. 노인은 아이들에게 “내일도 여기에 와서 놀리는 아이들에게 1달러씩 주겠다”고 말했다. 횡재라고 아이들은 모두 다음날 와서 욕을 퍼부었다. 노인은 다음날엔 25센트를 주겠다고 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또 와서 노인을 놀렸지만, 보상이 1센트로 내려가자 노인에게 “됐어요!”라고 외치곤 다시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오지 않은 건 자발적으로 하던 ‘내적 동기’를 돈에 의한 ‘외적 동기’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라는 ‘당근’이 단기적인 노력을 이끌어 내겠지만 ‘A를 하면 B를 주겠다’는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A라는 본질보다 B에 집중케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때로는 조직 구성원에게 일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저자가 심리와 경영을 접목하려는 건 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조직 내부의 관습과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서다. 일하는 시간에 노는 직원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처벌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걸 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의 양은 정량적으로 평균치를 내기가 어렵다.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를 감안한 유휴 인력과 시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외 대형 은행 소속 콜센터 두 팀을 골라 ‘커피 브레이크’를 정식으로 하루 일과 속에 넣었더니, 3개월 후 평균 콜 처리시간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20%까지 개선됐다. 금액으로는 최대 160만달러가 절감됐다. 이 사례를 통해 커피나 담배를 즐기는 직원들의 ‘노는 시간’이 생산성을 오히려 높인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저자는 이외에도 실수가 적은 조직보다 오히려 실수가 많은 조직의 효율이 높다는 점, 소수의 핵심인재보다는 다수의 평범한 인재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 많은 경우 강력한 리더보다는 유약한 리더가 낫다는 점 등을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로 설득한다.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여름 휴가 때 읽고 돌아온 뒤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져 있지 않을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