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의 유럽' 와이탄…해안 따라 길게 형성
개항도시의 다차원적 양상…인문학적 관점으로 설명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 ㅣ 김능우 외 지음 ㅣ 현암사 ㅣ 428쪽 │ 2만원



이 책이 여느 답사기나 여행기와 다른 점은 김능우 김민정 김수연 김월회 김주관 서정일 정재훈 등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답사팀 전문 연구자들이 이들 개항도시의 중층적인 성격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전통과 근대, 중국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근대성의 복합적 양상을 다차원적으로 표상하는 공간이 개항장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개항도시에 공통적으로 형성된 와이탄(外灘)은 그 복합성을 읽을 수 있는 핵심이다. 중국 개항도시의 조계지는 해안이나 강기슭을 따라 길게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직사각형의 중심에 광장을 두고 넓은 격자형 도로를 갖춘 여느 식민도시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난징조약 후 가장 먼저 1843년 조계지가 설정된 상하이는 조계지 면적이 이후 설정된 중국 내 23개 조계지를 합친 면적의 1.5배나 됐다. 조계지 내 체류 인원이 가장 많았을 땐 15만명을 넘었다. 덕분에 개항 이전만 해도 인구 10만명도 되지 않던 상하이는 빠르게 서구문물이 유입되면서 ‘동방의 파리’라는 별명을 얻었고, 1930년대에는 인구 300만명이 넘는 세계 5대 도시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오랫동안 교역의 중심지였던 광저우에선 1861년에야 샤미엔 조계지가 형성됐고 면적도 좁아 근대적 도시형성이 더뎠다. 고대부터 대외무역항이었던 닝보의 경우 상하이보다 20년가량 먼저 와이탄이 만들어졌지만 상하이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광저우, 샤먼, 닝보에선 이미 중국 상인들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어 외국 상인들이 자리 잡기 어려웠던 탓이다.
책에는 개항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와이탄의 구조와 형성과정,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의 역사, 아편전쟁을 기점으로 한 서구 근대문명의 급격한 유입, 17세기 남중국해 해상무역을 좌우했던 호걸 정성공의 활약상, 취안저우에서 꽃피운 이슬람문화와 상하이의 유대인 자본, 닝보의 고려사관,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의 음반제작소와 출판, 광고산업 발달사 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답사현장 사진과 고지도, 삽화, 도면 등과 함께 전문 연구자들이 풀어내는 풍성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