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1862년 출간된 이래 프랑스에선 성경보다 더 많이 읽힌 책이다. 위고가 “이 지상에서 무지와 가난이 존재하는 한 이와 같은 성격의 책들이 무용지물일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쓴 서문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출간된 지 150년이 지나서도 책은 여전히 잘 팔리고 영화, 연극, 뮤지컬로 만들어져 연말 문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영화는 개봉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뮤지컬 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웠고, 영화 OST 앨범도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연극 ‘레미제라블’은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초연 1년 만에 대학로에서 재공연하고 있다. 지난달 용인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한국어판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내년 4월 서울에 입성한다. 민음사가 출간한 전5권짜리 책은 한 달도 안돼 6만3000부가 팔렸다.

○영화-개봉 8일 만에 200만 돌파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1985년 초연 이후 27년 동안 42개국 21개 국어로 6000회 넘게 공연했다. 이 뮤지컬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레미제라블’은 골든 글로브 4개 부문,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성탄절 특수를 누리며 국내에선 개봉 8일 만에 누적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세계 4대 뮤지컬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직접 제작한 이 작품은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 등 할리우드 최고의 명배우들까지 가세하며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뮤지컬 영화는 개봉 8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며 최종 관객수 453만명을 기록한 ‘맘마미아!’였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

○음악-OST 앨범 음원차트 점령

영화 ‘레미제라블’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송스루 방식의 작품이다. 민중의 고통, 프랑스 혁명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눈물과 감동을 이끌어 내는 비결은 완성도 높은 음악이다. 발매 전부터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레미제라블 OST’ 앨범은 지난 25일 발매되자마자 온라인 매장인 예스24와 교보문고 등에서 전체 장르 종합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음악은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작곡)와 알랭 부르리(작사) 콤비가 탄생시킨 역작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메이저 영화사 최초로 촬영 현장에서 연기와 노래를 라이브로 녹음했다. 현장에서 립싱크를 하는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와 달리 촬영 현장에서 이어폰을 통해 피아노 반주를 들으며 라이브로 노래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휴 잭맨이 가장 인상깊은 노래로 꼽은 ‘서든리(Suddenly)’는 기존 뮤지컬에는 없던 노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원 작곡가인 쇤베르크가 휴 잭맨을 위해 새로 작곡했다. 장발장이 판틴의 딸 코제트를 데리러 가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고, 내년 열릴 제7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연극 ‘레미제라블’은 앙코르 공연

지난해 12월 초연했던 연극 ‘레미제라블’도 1년 만에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있다. 30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50대 연기자가 주축이 된 ‘50대 연기자 그룹’이 제작한 순수 국내 창작 작품이다.

연극 ‘레미제라블’에는 60여명의 배우가 등장하고 무대 전환만 20회가 넘는다. 뮤지컬이나 영화가 장발장이나 코제트 등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연극은 인물보다는 사건과 시대가 가진 부조리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은 “고통받는 민중이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장발장이 걸어야 했던 거칠고 기나긴 인생 여정만큼 중요한 것”이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지난달 용인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대구 부산 등을 거쳐 내년 4월 서울에 입성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