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에서 16일 막을 내린 아시아-유럽 골프대항전 ‘로열 트로피’에 출전한 양용은(40·테일러메이드·사진)은 아시아팀의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다. 세 차례 경기에서 2승1무로 승점 2.5점을 획득하며 아시아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브루나이의 엠파이어호텔&CC에서 만난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대회 챔피언 양용은은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어떤 메이저대회든지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했을 때 보통 대회는 하루이틀 정도 기분이 좋지만 메이저대회는 1주일간 공중에 붕 떠서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다”며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1주일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우승한 다음날은 1시간 잤다. 푹 잔 것 같은데 2~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새벽에 일어나 TV와 컴퓨터를 보던 느낌이 매우 좋았다”며 “다시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초청료 약발’이 떨어진 것도 그를 자극하고 있다. “계속해서 초청료가 떨어지고 있어요. 누구라도 월급이나 연봉이 줄어들면 기분 나쁘잖아요.”

2010년 한국오픈 석권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양용은은 올해 미국 PGA투어에서 상금 랭킹 153위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메이저 우승자에게 5년간 시드를 주지 않았다면 상금 랭킹 125위까지 주는 투어 카드를 상실할 뻔했다. 그는 2014년까지 시드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부진의 원인으로 “마스터스 직후 너무 잘 하려다 스스로에게 압박을 많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떤 압박을 줬느냐’고 물었더니 “퍼팅을 집어 넣으려고 스트레스를 주다 보니 오히려 퍼팅 미스를 많이 했다. 이제는 편하게 마음 먹고 너무 넣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 선수가 우승하기 가장 좋은 메이저대회로 마스터스를 꼽았다. “오거스타도 한국 골프장처럼 러프가 별로 없어요. 그린 스피드에 적응하면 우승하기 가장 쉬운 대회입니다. 출전 선수도 적어 유리하죠.”

최경주가 ‘챔피언스 디너’(마스터스 우승자가 다음해 역대 챔피언들에게 대접하는 음식)로 청국장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그건 외국인들이 못 먹을 것 같고. 만약에 내가 우승한다면 날씨가 더울 때니까 고향인 제주도에서 한치를 공수해와 ‘한치물회’를 시원하게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브루나이=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