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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돌자! 멜버른 한바퀴

호주 멜버른의 9색 워킹 스타일

유칼립투스 숲의 노곤한 향기가 에두른 맛있는 도시 멜버른. 예스러움과 새로움이 그윽하고 짜릿하게 조화를 이뤄 삶의 속도를 늦춘다. 여행 가방에서 가장 편한 옷을 꺼내 대충 입고 일단 걷자. 느려진 시간의 낯설음은 잠시, 곧 잊혀진 편안함이 되찾아 온다. 들메끈을 다시 맬 필요는 없다. 무뎌진 감성만 깨우면 멜버른 스타일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Moomba - 각양각색 문화 놀이터

Moomba 는 호주민 말로 ‘모여서 놀자’라는 뜻.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온 이민자들의 역사와 문화가 맛나게 버무려진 멜버른의 여행 1번지는 플린더스 스트리트역. 1854년에 세워진 멜버른 최초의 기차역엔 고풍스러운 낭만이 노랗게 배어 있다. 플린더스역 앞에 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 페더레이션 광장이다. 건너뛴 아침식사가 아쉽다면 광장에 붙은 런던 최고의 레스토랑 셰프 출신이 운영하는 카페 아린지의 두툼한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놓치지 말자.

Entertainment - 짜릿한 에지 체험

도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망대 투어. ‘유레카 스카이덱’을 빠뜨리면 섭섭하다. 남반구에서 가장 높다는 88층에 올라 플라스틱 큐빅 속으로 들어간다. 덜컹거리면 앞으로 움직이는 큐빅 안에 번개가 치고 태풍이 분다. 효과음으로만. 가림막이 걷히는 순간 지상 300m 고공에 매달린 큐빅 밖으로 멜버른의 전부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이른바 지상 최대의 에지 체험. 가장 좋은 때는 해질녘. 오븐에서 갖 구운 빵 같은 세계를 맛볼 수 있다.

Like Melbournian - 낭만의 부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이었던 플린더스 스트리트의 호시어 레인의 작은 골목. 쓰레기통 옆에 쭈그려 앉아 있는 임수정을 펑키 스타일의 소지섭이 흘기듯 쳐다본다. 골목벽을 화려하게 수놓은 그라피티 아트가 눈길을 꽉 잡는다. 골목을 나서면 멜버른의 명물인 아담한 도심 전차인 트램이 기다린다. 트램의 멋을 제대로 즐기려면 콜로니얼 트램카 레스토랑 예약은 필수다. 트램 밖으로 천천히 지나는 멜버른의 풍경과 트램 안을 채운 아이의 즐거운 미소, 연인의 속삭이는 밀어가 첫사랑의 설렘을 떠올리게 한다.

Backstreet - 은밀한 뒷골목 유혹

멜버른의 속살을 보고 싶다면 뒷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레스토랑, 카페, 상점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디그레이브스 거리를 거쳐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고급스런 블록 아케이드를 거닐다 보면 지갑을 만지는 손이 근질거린다. 수제 초콜릿과 사탕을 맛보고 싶다면 고풍스런 로열 아케이드를 놓치면 안 된다.

Oz! Oz! Oz! - 남극에서 온 손님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달리면 태평양이 빚은 스펙터클한 그레이트 오션로드가 기다린다. 살면서 반드시 가봐야 할 여행 버킷리스트 1위로 꼽히는 위대한 바다절벽. 양떼가 잠시 쉬는 틈에 캥거루가 ‘나 잡아봐라’ 뛰어다니는 초원을 가로지르면 갑자기 시야가 사라진다. 하얀 파도와 흰색 거품, 태평양과 맞닿은 시리게 파란 하늘. 거센 바람에 실려 남극에서 왔다는 빗방울마저 감미롭다. 거룩한 기암절벽 ‘12사도 바위’를 아래서만 보는 게 아쉽다면 헬 리콥터를 타자. 숭고한 절경에 호주인들의 응원 함성인 ‘Oz!’가 절로 나온다.

Urban Night - 새콤하고 알싸한 밤

멜버른은 커피와 맥주의 도시다. 카푸치노와 거의 같지만 초콜릿 가루가 없고 좀 진한 맛으로 아침 잠을 깨우기에 그만이라는 플랫 화이트, 에스프레소의 호주 이름인 쇼트 블랙, 아메리카노보다 약간 진한 롱 블랙, 뽀얀 우유 거품이 입술에 사랑을 그리는 라테 등. 커피만으로 아쉽다면 선술집 ‘펍’으로 가서 맥주를 맛보자. 멜번 비터, 칼톤 드래프트 같은 브랜드 맥주를 고를 수도 있지만 독특함에 취하고 싶다면 펍에서 직접 만든 맥주를 꼭 맛봐야 한다.

Recollection - 추억을 싣고 달린다

100살 먹은 증기기관차 퍼핑 빌리가 족히 3m는 넘는 고사리 나무가 빼곡한 단데농 산림 속을 달린다. 동화 속으 로 떠나는 추억의 여행. 기관차 창문턱에 앉아 쭉 내민 발을 동동 구르면 칙칙 폭폭 구불구불 추억을 달린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모델이기도 하다. 들이마신 유칼립투스 향기 속에 숨어 들어온 석탄가루마저 감미롭다.

Noble & Sweet - 달콤·우아한 와인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한 시간쯤 가면 눈앞에 온통 포도 밭이다. 끝없다는 뜻의 야라밸리. 200여개의 포도밭과 60여개의 와이너리가 모여있다. 도메인 샹동 오스트렐리아, 락포드, 야라우드 등 멜버른이 자랑하는 와이너리에 가면 테이스팅 리스트에 있는 대부분의 와인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어떤 와인을 고를지 애매하다면 호주에서 생산되는 포도 품종인 ‘쉬라즈’를 추천.

Everything - 이곳에 가면 다 있다

멜버른 워킹투어의 하이라이트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면 클라이맥스는 퀸 빅토리아 마켓이다. 1850년에 모퉁 이 시장으로 출발한 퀸 빅토리아 마켓에 들어서면 달콤한 과일과 채소 상점을 지나 세상의 치즈를 한데 모아놓은 것 같은 코너를 돌면 최상급 마블링을 뽐내는 호주 소고기와 입안에서 살살 녹는 양고기 상점이 등장한다. 주인에게 말만 잘하면 캥거루 고기맛도 볼 수 있다.

■ 여행팁

19세기 말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로 만들어진 도시 멜버른. 멜버른을 제대로 즐기려면 다운타운을 사각형으로 순회하는 시티 순환 트램을 타는 게 좋다. 한 바퀴 도는 데 30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무료. 자세한 여행 관련 정보는 호주 관광청(02-399-6500)에서 얻을 수 있다.

이병철 기자 hea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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