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출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있는 그대로의 겉모습을 비추지만 그 모습은 위장된 것일 가능성도 높다.

바로크 시대 스페인의 궁정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가 그린 ‘비너스의 화장’은 거울의 개입에 따라 모델과 관객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림 속에서 비너스는 관객과 등을 돌린 채 큐피드가 비쳐준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과 그 뒤의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그는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하고 자신의 모습이 평소보다 좀 더 매력으로 보이도록 매무새를 바로잡았음이 분명하다.

반대로 관객은 비너스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엿보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평소와는 달리 점잖은 표정으로 비너스의 누드를 바라봐야 하리라. 그림에서 거울은 모델과 관객을 막론하고 저마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은폐하는 보호막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조심하시라. 투명함을 가장한 거울의 이중성을.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