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둘, 하나, 스타트!”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으며 출발선을 떠났다. 고깔 모양의 주황색 장애물인 파일런 6개가 줄지어 서 있는 연속 S자 커브 구간부터 시작이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핸들을 좌우로 리드미컬하게 돌리는 게 관건이다.

크게 90도 커브에 이어 8자 회전 구간을 돌자 차가 크게 흔들린다. 스피드를 올려야 하는데 파일런을 건드리지 않고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진땀이 난다.

모터 레이싱의 입문이라는 짐카나(gymkhana)는 정교한 운전기술을 필요로 하는 종목. 완주했을 때 쾌감이 일반 레이싱에 뒤지지 않는다. 충남 보령시 주표면의 아주자동차대학 주행실습장에서 열린 ‘2012~2013 짐카나 챌린지’ 1라운드에 참가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90여대의 차량에 200여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억새숲 사이에 들어선 주행실습장에는 노란색 빨간색 연두색 등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차량들이 모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카나 경기는 넓지 않은 공간에서 90도 커브, 180도 회전, 360도 회전, 연속 S자 커브, 8자 회전 등 다양한 코스를 주행하며 가장 짧은 시간에 코스를 통과하는 것을 겨루는 자동차 경주다. 정해진 코스를 빨리 주파하면서 장애물을 쓰러뜨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섬세하고 안전한 운전기술이 필요하다. 자신의 승용차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안전운전 능력과 방어운전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돼 미국 유럽 등에서 대중적인 모터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본격적인 레이스에 앞서 대한민국 카레이싱의 ‘전설’로 불리는 박정룡 아주자동차대 교수가 안전운전과 카레이스 운전법 교육에 나섰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자동차 경주가 시작된 1987년 공식 1위를 차지한 원년 우승자로 1988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한 베테랑. 2005년부터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인 이곳에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안전운전을 위해 견고한 자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엉덩이를 의자 안쪽에 밀착하고 차 뒷부분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했다. 핸들을 돌릴 때 상체를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손으로 핸들을 3시와 9시 방향으로 정확하게 잡는 게 필수다. 한 손으로 운전하거나 양손을 X자로 교차해 운전하는 것은 절대 금지다.

카레이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너링. “짐카나를 비롯한 모든 카레이싱에서 코너링을 할 때는 크게 들어가 직선에 가까운 코스로 나오는 게 필수예요. 이를 위해 아웃-인-아웃, 슬로 인-패스트 아웃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코너에 진입할 때 속도를 줄여 도로의 가장 바깥쪽으로 들어간 뒤 코너에 가장 가깝게 붙였다가 다시 바깥 쪽으로 빠르게 나와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너 번의 연습 후 혼자서 짐카나 일반부에 도전했다. 긴장한 나머지 연속 S자 코스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어지는 180도 회전과 360도 회전…. 8자 회전 구간에 들어서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까다로운 코스를 돌아 겨우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은 59초. 일반부 24명 가운데 23위. 첫 도전에 실격하지 않고 꼴찌는 면했으니 다행이다.

20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온 주부 신은영 씨(28)가 42초12의 기록으로 일반부 1위에 올랐다. 짐카나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준 그는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인데 남편 차(세라토)로 출전했다”며 “레이스할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에 매료됐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짐카나는 차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팀맥스파워의 박상현 대표는 “짐카나에서는 좋은 차, 비싼 차, 빠른 차가 우승하는 게 아니다. 정교한 운전 실력이 승부를 가른다. 전날 교육에 이어 대회 당일 안전하게 레이스를 즐기면 된다”고 했다. 짐카나 챌린지는 이번 1라운드를 시작으로 내년 3, 5, 6월에 2, 3, 4라운드를 치러 최종 챔피언을 가른다. 070-8874-8573

보령=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