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감독이 이 영화를 찍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은 영화감독으로서 가장 즐거운 작품이거든요.”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은 세계 영화사상 최고인 5억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할리우드 3D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13일 개봉) 기자회견을 지난 1일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가졌다.

J R R 톨킨의 동명 소설을 3부작으로 만든 이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의 60년 전 이야기. 편안하게 살던 평범한 호빗 빌보 배긴스가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빌보는 갑자기 찾아온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로부터 난쟁이족의 모험에 함께하자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난쟁이족의 왕 소린이 무시무시한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왕국 에레보르를 되찾으려 떠나는 원정이다. 모험에 따라나선 빌보는 험난한 여정 끝에 그의 일생을 뒤바꿔놓을 존재 ‘골룸’과 마주치고 절대반지를 얻게 된다.

잭슨 감독은 호빗 시리즈를 영화화한 가장 큰 이유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꼽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나온 인물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얘기다.

“전 시리즈에서 괴짜 캐릭터로 나온 빌보의 명랑한 젊은 시절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간달프의 더 복잡한 과거 모습과 또 다른 모험을 이야기한 것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관객들은 ‘반지의 제왕’의 느낌을 그대로 받으면서도 더욱 색다른 인물들과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겁니다.”

잭슨 감독은 빌보 역을 해낸 영국 출신 배우 마틴 프리먼을 칭찬했다. TV 드라마에 출연한 그를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프리먼이 다른 TV시리즈에 출연하기로 계약한 상태여서 그를 위해 촬영을 6주일간이나 쉬었습니다. 그가 해낸 배긴스 역할은 환상적이었어요. 캐릭터의 어떤 모습을 살려야할지 탐구하고 완전히 자기화했습니다.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빌보의 선한 심성과 잘 어울립니다.”

잭슨 감독은 자신이 영화감독이 된 사연도 들려줬다.

“영화는 현실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어릴 적부터 영화가 선사하는 미스터리와 로맨스 등에 이끌렸어요. 이 때문에 판타지 영화인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특히 끌렸습니다. 영화를 만들게 된 운 좋은 관객일 뿐인 나와 배우들의 경험을 관객과 항상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기존의 초당 24프레임과는 다른 초당 48프레임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신기술인 HFR을 접목했다.

“이 기술은 3D와 어우러져 실제와 가까운 동작을 선보일 것입니다. 저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극장에서만 거대한 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도쿄=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