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공화정을 주창하며 유럽 질서를 재편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로 여겼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한 죄로 제우스의 분노를 사서 독수리로부터 심장을 쪼이는 벌에 처해진 비극적 영웅이다.

교향곡 제3번 ‘영웅’은 이처럼 나폴레옹에 대한 기대와 존경이 담긴 덕분에 이전의 음악에 결코 없는 웅혼한 스케일로 작곡됐다. 4악장 변주곡의 주제로 이전에 작곡한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의 선율을 따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폴레옹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에 베토벤은 ‘보나파르트’라고 쓴 악보의 표지를 찢어버림으로써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은 ‘영웅’으로 바꾸어버렸다.

대선에 출마하는 유력 후보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프로메테우스쯤 되는 영웅으로 포장하려는 것 같다. 차라리 인간적 약점은 많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꿈을 가진 나폴레옹이라고 고백하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을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