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치고…페달 밟고…달리고…"체력한계 시험"…말로만 듣던 鐵人3종…30분만에 '헉'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노력한 사람만 완주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트라이애슬론 아시아 기록 보유자인 박병훈 아이언스타 대표는 트라이애슬론을 이렇게 정의했다. 일반인들은 ‘극한의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하는 힘든 운동이지만 운동 방법만 잘 알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수영, 사이클, 마라톤 등 세 종목을 쉬지 않고 이어서 하는 트라이애슬론은 자기 절제와 충분히 준비된 체력이 필요한 운동이었다. 28일 박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잠실운동장의 아이언스타 아카데미를 찾아 트라이애슬론의 준비 과정을 체험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의 후원을 받고 있다.

훈련은 기록 단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이클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도로로 나가서 연습하기보다 자세를 교정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자전거를 고정롤러 위에 세워놓고 훈련했다.

처음엔 이 훈련을 우습게 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장난이 아니었다. 사이클은 달릴 때 저항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박 대표는 “무릎을 벌리지 말아야 한다”며 “왼무릎은 오른쪽 가슴으로, 오른무릎은 왼쪽 가슴으로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페달을 굴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음 신어 본 사이클 스파이크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이클 스파이크는 페달과 발을 붙여주기 때문에 페달을 밟을 때뿐만 아니라 끌어올릴 때도 자전거에 동력을 전달한다. 페달을 돌리는 속도를 90rpm(분당 90번 회전)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힘이 빠져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메트로놈의 소리에 맞춰 훈련했다. 15분이 지나자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30분이 지나니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1시간여 계속된 사이클 훈련에 기진맥진해진 몸을 이끌고 바로 마라톤 연습에 돌입했다. 잠실운동장 주경기장 중간층의 간이 트랙으로 올라가 기본 자세를 잡는 운동을 시작했다. 무릎을 45도로 올려 달리는 45도 피치를 30m씩 3세트를 달렸다. 이후 90도 피치, 엉덩이 차기, 다리 앞으로 차서 들어올리기, 한발 뛰기 등을 돌아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하는 서키트 훈련을 1시간 동안 진행했다. 팔과 다리를 리드미컬하게 흔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수영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 다양한 영법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영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일단 가까운 수영장에 등록해 6개월 정도 충분히 강습을 받아 기술을 연마한 뒤 1500m를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체력을 쌓아야 한다. 그 다음엔 웨트수트(wet suit·방수 수영복)를 입고 단체로 수영장이 아닌 바다나 강, 호수 등 개방된 곳에서 수영하는 요령을 배운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수영하는 것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며 언제나 전방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수영 훈련의 철칙은 혼자 다니지 않고 단체로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트라이애슬론의 가장 큰 매력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는 것”이라며 “자신의 체력에 맞춰 제대로 된 방법으로 연습하면 6개월 후 올림픽 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 선수 출신인 박 대표는 늦은 나이인 31세에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해 8년 만에 아이언맨 코스에서 8시간28분51초의 아시아 기록을 세웠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트라이애슬론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된 스포츠다. 한국에서는 1년에 2~3회 대회에 참가하는 적극적인 동호인이 3000~5000명가량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통 동호인들은 짧은 코스부터 시작한 뒤 올림픽 코스를 목표로 훈련한다. 올림픽 코스(수영 1500m, 사이클 40㎞, 마라톤 10㎞)를 완주한 ‘철인’들은 하프 코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아이언맨 코스(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에 도전하게 된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 목표를 올려잡을 수 있다.

6개월 훈련으로 올림픽코스 도전
트라이애슬론 입문하기


트라이애슬론을 배우려면 전문가들이 강습을 진행하는 아카데미를 찾아가는 게 좋다. 박병훈 아이언스타 대표처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가르쳐주기 때문에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서다. 장비구입과 대회 준비 등 관련 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언스타의 경우 강습료가 1개월에 25만원, 3개월 67만5000원, 6개월 120만원 등이다. 1년을 등록하면 30% 할인받아 강습료가 270만원이다.

트라이애슬론 입문자는 1주일간 사이클, 마라톤, 수영을 번갈아가면서 훈련을 받는다. 월요일 사이클, 화요일 마라톤, 수요일 수영 훈련을 한 뒤 목요일 사이클, 금요일 마라톤, 토요일 수영 순으로 운동한다. 이후 일요일에는 체력회복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박 대표는 “최소 3개월만 배우면 대회 출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훈련을 6개월 하면 올림픽 코스에 도전 할 수 있다.

트라이애슬론은 장비 구입에 적지 않은 돈이 든다. 입문자가 장비를 구입하는 데는 총 200만~300만원이 필요하다. 가장 비싼 장비는 사이클로 100만~150만원 선이 적당하다. 안전을 위해 필수인 헬멧은 20만원 선, 선글라스도 20만원가량이다. 사이클 스파이크는 10만~40만원이며 사이클과 마라톤을 할 때 입는 트라이애슬론 전용 유니폼도 10만~100만원이다. 수영할 때 필요한 웨트수트는 30만~100만원이고 마라톤화는 15만원 정도다.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과 박 대표를 후원하고 있는 케이스위스는 트라이애슬론 전용 유니폼과 마라톤화를 내놓았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